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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게임이용장애 논의, END 아닌 AND로 가야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 협회장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달 20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는 총회를 통해 ICD-11 개정판을 최종 확정지을 예정이다. 각국 문화산업계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는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 코드 등재 여부도 바로 이 자리에서 결정된다.

이에 앞서 WHO는 최근 공식 사이트 내 특별 페이지를 열고 ICD-11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해왔다. 개정판과 관련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며, WHO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지하듯, 게임이 정신장애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의료계나 심리학계 어느 분야에서도 명확하게 증명된 적이 없는 명제다. 실제로 ICD와 함께 정신과 진단기준을 발표하는 미국 DSM(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은 이 같은 이유에 따라 인터넷 게임장애를 진단 기준으로 편입하지 않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세계적인 권위의 정신 건강 전문가와 사회 과학자, 각국 연구 센터 및 대학 교수진(옥스포드 대학교, 존스홉킨스 대학교, 스톡홀름 대학교, 시드니 대학교 등)이 WHO에 반대하는 뜻을 나타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임이용장애를 정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는 점, 기존 근거들이 빈약하다는 점, 명확한 과학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 핵심 쟁점이다.

여타 질환과의 공존장애 가능성도 분명하게 짚어야할 부분이다. 게임이용장애의 근거로 제시되는 연구결과들은 대부분 내·외부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대표 증상으로 언급되는 우울, 불안장애, 충동조절장애의 경우 공존장애 비율이 높아 기타 장애가 게임의 형태로 나타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임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일부 연구결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게임을 즐기는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학업성적과 사회성 면에서 더 우수하다거나 게임이 시각 및 지각 능력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그 이상으로 존재한다. 게임이 노년층의 우울증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같이 사회적인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등재된다면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낙인을 찍는 동시에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측정 방식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혈중농도로 표기되는 알콜 등과는 달리 게임의 정도만 골라내 측정할 수 있는 방안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탓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진단 기준을 이용해 병역기피 등 목적으로 악용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또한 형법상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에 따라 형을 감경 받으려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청소년군에서 정신질환 발병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어 우려된다. 이로 인해 향후 학업과 취업 등 활동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국내 청소년 인구는 542만9천550명으로, 이중 87.9%에 달하는 477만2천574명이 게임을 이용 중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WHO의 코멘트대로 3%만 진단을 받더라도 무려 14만3천여 명의 청소년들이 정신질환 '꼬리표'를 달게 되는 셈이다. 진단이 남발될 경우 더 많은 청소년들이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게임이용장애는 개인의 성향이나 특성, 외부의 사회문화 요인 등에 대한 분석과 함께 순수 게임이 미치는 영향을 우선 입증해야 하는 이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들은 단편적인 수준에 그쳐 턱 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일부 편향된 시점에 얽매인 성급한 결론은 위험하다. 게임이용장애 관련 논의는 WHO 총회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과학적인 검토와 합리적인 증명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강신철
1999년 넥슨 입사 2001년 엠플레이 대표이사 2004년 넥슨 기술지원본부장 2006년 넥슨 공동대표이사 2010년 네오플 대표이사 2014년 네오플 고문 2015년~ 현재 한국게임산업협회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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