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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빚어낸, 우리가 퇴치해야 하는…이동순 시집 '좀비에 관한 연구' 출간


[아이뉴스24 정상호 기자] "우리가 항시 두려워하는 좀비는 그동안 방만했던 삶에 대한 경고이며, 구체적 위기를 일깨워 주는 상징이다. 탐욕을 반성하지 않고 줄곧 과거와 같은 시간을 되풀이한다면 우리는 끝내 우리가 빚어낸 좀비에게 제압당할 수밖에 없다."

이동순 시인이 몇해동안 몰두한 좀비현상에 대한 비평적 담론을 랩의 경쾌 신속한 리듬으로 풀어낸 시집 '좀비에 관한 연구'가 출간됐다.

'좀비에 관한 연구'는 시인의 17번째 시집으로서 사회에 만연한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비판 의식을 풍자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시인이 '좀비'라고 칭하는 대상은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이라고 볼 수 있으며, '좀비에 대한 연구'는 역사와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 존엄과 인간성 회복에 중점을 둔 연구'인 셈이다.

이동순 시집 '좀비에 관한 연구' [시작시인선 0291번]
이동순 시집 '좀비에 관한 연구' [시작시인선 0291번]

이처럼 시집의 시편 하나하나는 시인의 연구 일지에 다름 아니며 연구 과정을 거쳐 결과를 도출해 내는 연구자처럼 시인은 시 쓰기를 통해 시의 궁극적 지향점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시인이 제시한 좀비 퇴치법은 결국 시에서 밝혔듯이, '좀비의 인간화'로 귀결된다. '높은 도덕적 기준'을 바탕으로 '꾸준한 인내'를 발휘해 좀비들과 '화해'하는 것이 시인이 도출한 연구 결과라 할 수 있다.

시인은 아직 인간과 좀비의 경계에 서있는 이들에게는 자주 거울을 들여다보며 반성할 것을 요청하고 좀비들에게는 자연으로 돌아가서 살 것과 노래 크게 불러볼 것 등의 구체적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혐오를 조장하는 사회에 거침없이 풍자의 칼날을 겨누어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계급 간의 갈등을 해소하여 화해에 이르고자 한다.

자연의 치유력을 바탕으로 무너진 공동체성을 회복하려는 시인의 열망이 시집 곳곳에 고스란히 스며있기에, 시집 '좀비에 관한 연구'는 세상의 모든 좀비들에게 바치는 경고이자 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어 다시금 인간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한 시인의 문학 연구서가 될 것이다.

이동순 시인은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9년에는 문학 평론이 당선된 후 창작과 비평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 17권의 시집과 6권의 평론집을 출간했고 문단으로부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신동엽문학상, 김삿갓문학상, 시와 시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정상호 기자 uma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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