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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기사 로봇 “기자들은 편히 쉬세요”


영국에서 열린 로봇 저널리즘 시대…아직은 대체가 아닌 보조 역할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현재 영국에서 가장 기사를 많이 쓰는 기자는 한 달에 수천 건의 기사를 전국 수백 개의 매체에 공급하고 있다. 진정한 슈퍼맨이지만 인간이 아니다. 기사는 레이더(Radar : Reporters and Data and Robots)라는 통신사에서 자동으로 만들어 내는데, 종종 1면 톱 기사로 올라가기도 한다.

세계의 신문사 편집국은 지난 몇 년 동안 자동화된 저널리즘을 실험하고 있다. 이 실험에는 블룸버그와 AP(Associated Press) 같은 얼리 어답터들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정형화된 기사가 주로 생산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기업과 스포츠 관련 기사들이다.

영국에서는 기사 로봇이 쓰는 기사가 인쇄돼 독자들에게 읽히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PCQUEST]
영국에서는 기사 로봇이 쓰는 기사가 인쇄돼 독자들에게 읽히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PCQUEST]

레이더에서 일하는 6명의 기자들은 다양한 기사 시나리오를 위해 견본 기사를 쓴다. 예를 들어 흉악 범죄의 급증이나 급감에 대해 견본 기사를 쓸 수 있다. 그리고 한 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이 견본 기사의 버전은 영국 391개 지역에 맞는 통계로 치환돼 지역 실정에 맞는 기사로 바뀌어 뿌려진다.

신문협회와 저널리즘 스타트업인 어브스 미디어(Urbs Media)의 벤처 기업인 레이더는 지난 2017년 구글로부터 70만 파운드(10억 원)의 기금을 받아 설립됐다. 이러한 벤처 기업의 설립은 광고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 지역 신문들이 기자들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수입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다. 기사는 지역의 소규모 주간지에서부터 스코츠맨(Scotsman)과 요크셔 포스트(Yorkshire Post) 같은 대형 지역 언론에까지 실리고 있다.

레이더의 편집인인 조셉 후크는 자신들이 생산하는 기사가 기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취재원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는 면에서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지역 신문이 찍어내는 면이 늘어나기 때문에 통계 수치를 이해하고 그것들을 기사에 반영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후크 편집인은 “기자들에게 자동 생산된 기사를 제공하는 것은 기자들이 밖에 나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주장했다.

레이더의 편집국장인 개리 로저스는 레이더가 생산하는 기사 가운데 절반 정도가 지방 기자들의 수정을 거쳐 인쇄된다고 밝혔다. 레이더의 가장 큰 고객인 JPI 미디어는 레이더에 연간 1,250 파운드(190만 원) 정도의 기사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과다 부채로 파산 위기에 몰렸던 JPI는 현재 160개의 신문을 발행하면서 매주 레이더로부터 7백건의 기사를 받아 게재하고 있다.

1996년부터 언론에 종사한 팀 로빈슨 JPI 콘텐츠 개발 국장은 “우리가 더 이상 취재할 수 없는 분야에서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레이더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로빈슨 국장은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컴퓨터가 매달 생산하는 기사가 매우 중요하고, 또 계속 증가한다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기자들이 로봇으로 대체된다고는 말할 수 없다. 로봇은 보충적”이라고 말했다.

지역 기업으로부터의 광고에 의존해 온 지역 신문들은 광고를 게재하는 웹사이트와의 힘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페이스북과 구글 때문이다. 언론 관련 조사 기관인 프레스 가젯의 통계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18년 사이 영국에서 245개의 지역 신문이 문을 닫았다.

구글이 레이더에 기금을 출연한 것은 디지털 광고 시장의 장악으로 기존의 많은 미디어 회사의 수입을 빨아가고 있다는 비난이 있은 후 언론 사업의 실험적 행위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 국립기자연맹(NUJ)의 수석 홍보담당자인 새러 캐버너그는 NUJ가 일반적으로 로봇의 사용이 저널리즘 활동을 돕고 있는 긍정적인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그는 “잠재적인 위험은 기자들을 줄이기 위해 이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로봇 기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맨체스터에서 발행하는 신문의 데이터 저널리즘 담당자인 데이비드 오트웰은 “언론의 문제는 기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좋은 기사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널리즘에서 인공지능(AI)과 로봇은 분명히 역할이 있지만, 그것들의 역할은 보조하는 것이지 기존의 글쓰기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오트웰은 설명했다.

레이더는 현재 영국의 350개 지역 신문에 기사를 공급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레이더의 로저스 편집국장은 “매우 저렴한 방법으로 양질의 뉴스 기사를 생산해 공급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신문인 펜랜드 시티즌의 마크 레슬리 편집장은 “기자들이 손으로 쓴 기사인지, 로봇이 쓴 기사인지를 독자들은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독자들은 솔직히 기사를 어떻게 썼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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