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의 필패

증권사·금융당국 모두 '실패' 인정…존폐 기로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건 3년여 전이다. 금융당국이 특화 증권사 육성 차원에서 해당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중소·벤처기업이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한 이 제도는 미국 중소형 증권사인 부티크를 벤치마킹해 세상에 나왔다.

중기 전용펀드 설정과 운용부터 코넥스 상장,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주관사 선정은 물론 콜자금 금리 우대까지 혜택이 풍성했다. 당시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금융투자업계가 기대와 지지를 보낸 배경이다.

올해로 출범 3년차인 중기 특화 증권사가 방치와 무관심 속에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조성우 기자]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처음 중기 특화 증권사에 선정되기 위해 증권사 13곳이 각축을 벌였던 게 무색해질 만큼 업계에선 이 제도가 계륵과 다를 게 없단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이를 만들고 추진한 금융당국은 재검토를 시사한 형국이다.

일주일 전 열린 금융당국 브리핑 현장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감지됐다. 이날 발표된 '금융투자업 인가 체계 개편안'엔 증권사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이 대거 담겼지만 중기 특화 증권사는 여기서 철저하게 소외됐다.

당국은 한술 더 떠 제도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실제 이날 자리에서 김정각 자본시장정책관은 "혁신금융 차원에서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중기 특화 증권사)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특화의 방향에 있어서는 아직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도 "증권사 대형화는 어느 정도 진전됐지만 특화 증권사 유도는 기대만큼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며 "특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금융당국이 중기 특화 증권사 제도의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해당 증권사들이 낸 수치가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실제 2016년 중기 특화 증권사 1기 출범 이후 지난해 2기로 선정된 유안타·유진·코리아에셋·키움·IBK·SK증권 등 6곳은 최근 1년간 중소기업 유상증자나 인수합병(M&A) 자문 실적이 전무하거나 겨우 1~2건에 그치는 수준이다.

기업공개(IPO) 주관도 IBK·유진투자증권이 각각 2건, 유안타· SK증권이 각각 1건을 기록했다. 그나마 키움증권이 8건의 IPO를 성사시켜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 중기 특화 증권사 6곳의 IPO 주관 건수는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14건)이나 미래에셋대우(13건) 같은 대형 증권사 한 곳에도 못 미쳤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제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중기 기업금융 규모 자체가 작기 때문에 투입되는 노력에 비해 수익은 크지 않다"며 "당국 인센티브 수준도 체감상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도가 헛돌면서 금융투자업계는 이미 기대를 접은 눈치다. 금융당국도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고개를 내젓고 있다. 이 같은 방치와 무관심 속에 올해로 출범 3년차인 중기 특화 증권사는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한수연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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