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깝고도 먼' 일본의 '이상한' 무역도발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아베의 도발은 여러 모로 상식을 뛰어넘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일 무역 적자는 259억달러(약 30조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만 100억달러(약 11조7천억원)다. 지난해 한국은 반도체 부문의 대대적 호황으로 사상 처음 수출 6천억달러를 돌파했다. 무역흑자는 705억달러(83조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한국의 최대 적자국은 중동이다. 그러나 원유 수입을 생각하면 불가피하다. 이 나라들을 제외하면 일본은 중국, 미국, 아세안, 유럽연합(EU) 등 한국의 주요 교역대상 국가 중 사실상 유일한 적자국이다. 한일관계 정상화가 이뤄진 1965년 이후 내내 적자였다. 일본은 그렇게 매년 한국과의 교역에서 수십조원을 벌어갔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수출규제는 기본적으로 자국 기업 대상이다. 한국과의 '신뢰관계 악화'를 대외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일본이 지난 4일부터 수출규제에 들어간 소재 3종의 한국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쪽은 일본 기업들이다. 수천억에 달하는 수출물량의 지연과 허가·승인을 위한 행정 비용은 일차적으로 이들의 몫이다.

지난 오사카 G20 정상회담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반도체 장비다. 일본의 추가 수출규제에서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은 645억달러(약 75조원) 규모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4분의 1에 해당하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이 구입하는 반도체 장비의 45%가 일본산이다. 일본 정부의 공언대로 추가 수출규제가 이뤄질 경우 그만큼 많은 일본 기업들이 피해를 본다.

지금도 진행 중인 미·중 무역전쟁을 보면 당초 미국 정부가 중국에 관세카드를 꺼내든 배경은 단연 천문학적인 대중 무역적자다. 미국의 지난해 대중 적자 규모는 4천192억달러, 무려 472조원에 달한다. 해외로 떠나간, 특히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미국 기업들의 '리쇼어링(귀환)'도 있다. 미국과의 무역이 커질수록 돈은 중국이 쓸어담는 구조다.

원래 아쉬운 쪽이 성내는 법이다. 트럼프는 이 구조가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대중 보복관세와 화웨이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를 두고도 미국의 반도체, IT 부품업계는 물론, 중국산 가전을 취급하는 유통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흘러나왔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대규모 추가관세를 미루고 시진핑과의 재협상을 시작한 주된 이유다.

일본과의 교역에서 손해는 우리가 본다. 우리 쪽이 아쉬운데 정작 저쪽이 칼을 꺼냈다. 아베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참의원(상원) 선거는 오는 21일이다. 경제계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희생해서라도 집권 자민당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모습이 극우답다. 기시 노부스케는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다. 아베는 그 외손자다. 산케이, 요미우리, 니혼게이자이 같은 보수언론들까지 나서서 아베를 비판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이번 사태가 답답했나 보다.

우리 쪽에서 가장 큰 피해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종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추가 수출규제 여부에 따라 자동차 기계 화학 정밀부품 등 다른 주력 산업의 연쇄적 타격도 예상된다. 그 때문에 일본 수출규제를 두고 재계 전반으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베 정부 자체가 하반기 한국 경제, 산업의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부상한 모습이다. 추가 규제의 가능성은 얼마만큼인지, 범위가 어디까지일지, 언제까지 지속될지 재계는 시나리오 분석을 위한 정보 수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일본에 대한 '가깝고도 멀다'는 표현이 요즘처럼 절실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지난 1일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정부와 재계 인사들의 회동이 시시각각 이어지고 있다. 정부 각 부처가 연일 대책회의에 골몰하는 가운데 주요 그룹사들도 총수 주재 비상회의로 연일 분주하다. 10일 청와대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기업 총수들의 만남도 이어진다. 국회도 방일 의원단을 꾸린다고 하는데 정부와 국회, 재계가 이번만큼은 뜻을 모았으면 한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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