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정치권 '반일' 분위기 속 日 전자업체 '살얼음판'

주요 일본 카메라 업체 프로모션 '조용'…정치권, 공공조달 시장 진입 제한 움직임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3종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여파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카메라 업계를 중심으로 한 일본 전자업체들은 그야말로 '살얼음판' 분위기다.

불매운동 와중에도 이들 업체는 한국 시장에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여름휴가 등을 맞이해 늘상 활발하게 펼치던 프로모션 활동은 대부분 중단한 채 한국 시장 분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소니코리아를 비롯해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니콘이미징코리아 등 일본 카메라업체의 국내 법인들은 카메라 시장이 여름 성수기를 맞았지만 뚜렷한 프로모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7월 이후 국내 출시한 제품에 대한 홍보 활동을 거의 진행하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 길거리에 걸려 있는 일장기를 걷어내고 있는 모습. [사진=이영훈 기자]

이 시기 국내 출시한 주요 제품으로는 소니의 하이엔드 카메라 'RX100 VII', 캐논의 하이엔드 콤팩트카메라 2종 '파워샷 G5 X Mark Ⅱ', '파워샷 G7 X Mark Ⅲ' 등이 있다. 평상시라면 각종 명목으로 경품 증정 및 캐시백 이벤트가 활발하겠지만 현재는 신제품 구매 후 정품등록을 한 고객들에게 사은품 증정 행사를 하는 것을 제외하면 별도의 이벤트나 사전예약 등이 없다. 니콘이미징코리아의 경우 하반기 들어 렌즈 1종을 제외하고 신제품 출시가 전무하다.

사실 불매운동이 본격화한 이후에도 카메라 업체들의 제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복수의 쇼핑몰 및 오픈마켓에 따르면 불매운동 시작 이후에도 일본 업체 카메라 판매량에 대한 뚜렷한 하락세는 없다. 주간 단위로 보면 전 주 대비 및 전월 동기 대비 줄어드는 추세가 보이지만 이 역시 날씨 등 다른 변수가 있어 꼭 불매운동 탓이라고는 단정짓기 어렵다. 가전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매니아 시장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주로 참가하는 불매운동의 불똥은 상대적으로 덜 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전처럼 활발한 프로모션을 하며 전면에 나설 경우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업체들은 차라리 노출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모습이다. 한편으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양국의 정치적 문제라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카메라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 문제와 경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개별 기업 차원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상황에 대한 본사 차원에서의 지침은 별도로 없지만, 장기화 가능성도 꽤나 있는 터라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불매운동의 여파는 카메라 업체들로만 끝나지 않는다. 공공조달 시장에서도 일본 업체, 특히 전범기업들을 배제하자는 움직임이 정치권 차원에서 일고 있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 기관이 과거 일본 전범 관련 기업과 수의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김 의원이 조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정부 각 부처 및 산하기관이 소위 '전범기업'의 물품을 구매한 건수는 총 21만9천244건, 액수로는 9천98억원에 달했다. 이 중 3천542건, 943억원어치가 수의계약을 통한 것이었다.

미쓰비시·히타치·도시바·캐논·니콘·후지·파나소닉 등을 통해 구입한 레이저프린터·전자복사기·디지털카메라·비디오프로젝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정부가 이 기업들로부터 물품을 구매하기가 어려워진다. 공개입찰 및 제한적 경쟁입찰만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주로 전자기기들이 많기에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제법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이와 별도로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이번 주 중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에 대해 전범기업의 입찰 참가를 원천 배제하는 것이 골자다. 2012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발표한 일본 기업 299곳 중 국내 활동 중인 40여곳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전범기업들이 공공입찰 자체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장치다.

이처럼 민간 차원의 불매운동에 더해 국회에서의 관련 입법까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지만, 관련 업체들은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라며 "그저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관련기사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