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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국산화 위해 산·학·연 협력 필요…꾸준한 관심·지원 있어야"


'포토레지스트 국산화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토론회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포토레지스트 국산화를 위해서는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학계와 연구계 차원에서 보다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포토레지스트는 지난 7월 초부터 일본이 수출 규제를 시작한 반도체 핵심소재 3종 중 하나다.

21일 인천 연수구 송도 그랜드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포토레지스트 국산화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핵심소재 국산화를 위해 산·학·연을 아우르는 긴밀한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연구조합 상근이사는 "EUV(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현재 기업들이 초기 단계로 개발하는 수준"이라며 "국산화를 기업 혼자 힘으로 할 수는 없고 산·학·연이 컨소시엄을 마련해 같이 움직여야 하며, 그래야만 속도를 갖고 소재 국산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토레지스트 국산화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토론회.
'포토레지스트 국산화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토론회.

이진균 인하대 고분자공학과 교수는 "학계 입장에서는 사실 어떠한 레지스트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가 정말 힘들고, 설사 정보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걸맞는 성능을 확보하고 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며 "수요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명확한 목표를 설정한다고 하면 소재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국내 업체들의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일본 의존도는 90%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D램에 주로 쓰이는 ArF(불화아르곤), 3D 낸드플래시에 주로 쓰이는 KrF(불화크립톤) 포토레지스트의 대부분은 JSR, 신에츠, TOK, 스미토모 등 일본 업체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ArF, KrF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한자릿수에 그치는 실정이다.

EUV 포토레지스트도 JSR, TOK 등이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아직 개발 단계다. 이에 보다 빠른 양산을 위해 기업뿐만 아니라 대학교와 연구소 차원에서도 유기적으로 협업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간 반도체 업체들의 기술 보안 문제 등이 겹쳐 산·학·연 간 협력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왔다. 정성웅 SK하이닉스 연구위원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 잘 보호돼야 하는데 학계 입장에서는 논문을 통해 연구 결과를 공개해야 하니 이 같은 부분에서 제약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이 같은 의견에 공감했다. 이진균 교수는 "특정 기술에 대해서는 연구 성과물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성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해 주는 풍토가 마련된다면 학교나 연구소에서 회사와 연구하면서도 더욱 활발히 정보가 공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요인은 결국 산·학·연에 걸친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있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상욱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석좌교수는 "일본 포토레지스트 관련 학회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는데, DSA(유도자기조립) 분야의 경우 기업체와 연구소, 학교 간에 매우 긴밀한 컨소시엄을 만들어 꾸준히 동향을 공유하더라"고 말했다. DSA 공정은 EUV와 함께 차세대 리소그래피 기술로 꼽히는 공정이다.

김 교수는 "단순히 제품을 많이 만들어서 돈을 벌거나 논문을 내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실제로 핵심이 되는 소재들을 개발하는 것 자체에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진정한 의미로 산·학·연 간 공동연구가 긴밀하게 적용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EUV 개발이 지연되는 가운데서도 이 같은 기술 논의를 꾸준히 해 왔는데, 그래서 최근에 그만큼 빛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당장 가능성이 보이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새로운 기술에 끊임없이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기업과 소재업체 간 보다 폭넓은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성호 LG화학 연구위원은 "소재업체 관점에서 반도체 산업은 '클럽 비즈니스'인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그간 거래를 해 왔던 신뢰할 수 있는 소재업체들 위주로만 반도체 업체들이 선택해서 쓰기 때문"이라며 "국내 소재업체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파트너십을 맺고 이끌어줘야 이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기호 디자인투실리콘 비즈니스 개발 부사장은 "정부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서 필요한 업체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놨다.

일본과의 대결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성웅 연구위원 역시 "한국은 '패스트 팔로어'에 최적화됐는데 EUV의 경우 아직 이 방향이 맞느냐에 대해 확신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퍼스트 무버'로서의 방향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일본 업체를 따라가는 것을 목표로 삼지 말고 어떻게 하면 더욱 차별성 있는 소재를 만들 수 있을까를 목표로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고 했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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