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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사 부동산PF 규제, 명분은 충분하다


증권가에도 부동산 만능주의…견제장치 필요성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 부동산 금융에 칼을 빼들면서 금융투자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지난달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규제방안이 발표된 데 이어 사흘 전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직접 증권사 사장단을 만나 지금처럼 업계 자금이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흘러들어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규제가 나오기라도 한 듯 증권가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사실 금융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지난달 나온 부동산 PF 규제방안을 재차 강조한 것에 불과하다. 은행에 비해 유동성이나 자본여력이 적은 증권사가 부동산 PF 대출 공급을 주도하면서 불거진 건전성 리스크를 관리하고 모험자본 공급 차원에서 준 특혜를 제 입맛대로 운용 중인 증권사 관행을 바로잡겠단 것이다.

금융당국이 증권사 부동산 금융에 칼을 빼들면서 금융투자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조성우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 부동산 금융에 칼을 빼들면서 금융투자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조성우 기자]

특히 증권사 IB(투자은행) 대출에서 부동산 법인을 제외하겠단 이번 공언은 부동산 시행사가 통상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것을 이용해 증권사가 중기대출 여력을 부동산 대출에 쓴 데서 비롯됐다. 증권사 중기대출 잔액은 지난 2017년 2조9천억원에서 2018년 6조4천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는데 증가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1조7천억원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갔다.

증권사들도 할 말은 있다. 저성장 저금리 기조로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투자 영역만으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브로커리지 실적은 악화된 반면 IB 대체투자 수익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PF 사업에 자금을 대주는 부동산 금융은 이 가운데서도 높은 수익을 내는 핵심 분야로 손꼽힌다. 실제 한 대형 증권사의 경우 IB부문 수익이 최근 전체의 40% 이상으로 확대됐지만 위탁·자산관리는 30%대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 PF 규제는 결국 증권사들이 자초했단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초 금융당국이 투자자 신용공여만 가능했던 증권사에 기업 신용공여를 허가한 건 증권사가 기업에 대출이나 지급보증 등으로 자금을 융통해주면서 모험자본 공급 역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더욱이 중기 대출 활성화 차원에서 당국은 지난 2018년 신용공여 규모를 증권사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려주기까지 했다.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합금융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라이선스를 취득한 것도 이러한 당국의 취지에 동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증권사 대출은 중기나 벤처기업이 아닌 부동산에 집중됐다. 자금이 명목상으로만 중소기업인 SPC(특수목적법인)를 통해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유입된 것이다. 당국은 증권사의 SPC에 대한 대출이 5조원 이상에 달하고 이 중 약 40%가 부동산 분야에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종투사의 특혜를 입맛대로 누렸단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새해를 맞아 증권사들은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 위주의 대체투자 사업 부서를 신설하거나 확대하는 게 요즘 트렌드다. 부동산 PF 관련 임원들의 대거 승진 소식도 들려온다. 이쯤 되면 증권가에도 '부동산 만능주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단 말이 과언은 아닐 것 같다.

이제라도 제동을 걸어줄 장치가 필요하다. 부동산은 특히나 부실 위기가 닥칠 때에도 유동화 자체가 안 되는 비유동성 자산이다.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이미 얼개는 나와 있는 만큼 앞으로의 규정 개정과정에서 구체화 될 세부사항이 관건이다. 당국의 견고한 증권사 부동산 PF 규제를 기대한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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