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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3일' 한일가교 꿈꾼 故 이수현…신오쿠보의 오늘은?


[아이뉴스24 정상호 기자] 일본 언론은 현재 한·일 관계를 패전이후 최악이라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일 간의 정치적인 문제에 민감한 도쿄의 코리아타운, 신오쿠보의 2020년은 어떤 모습일까? 신오쿠보는 한류의 메카인 동시에 혐한 시위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매년 신오쿠보역에서는 2001년 전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짧은 생을 마감한 故 이수현 님의 추모식이 열린다. 19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청년 이수현이 꿈꿨던 한·일 관계가 여전히 소중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7일 방송되는 '다큐멘터리 3일'은 아슬아슬한 한·일 관계 속, 일본 신오쿠보에서 살아가는 한인들과 이곳을 찾는 일본인들의 72시간을 들여다본다.

다큐멘터리 3일 '한류 메카·故 이수현'의 신오쿠보 [KBS]
다큐멘터리 3일 '한류 메카·故 이수현'의 신오쿠보 [KBS]

도쿄 신주쿠 구에 위치한 신오쿠보는 일본 최대의 코리아타운으로 일본 속 작은 한국이라 불린다. 주말엔 걸어다닐 수 없을 정도로 붐비는 신오쿠보는 단위 면적 방문객 수가 일본 내 1위인 지역이다. 이곳은 2004년 ‘겨울연가’ 등 한국 드라마를 시작으로 1차 한류를 거쳐 동방신기·소녀시대 등 K-POP 붐이 일어난 2차 한류를 통해 큰 부흥기를 맞았다.

지난 2011년, 독도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던 신오쿠보. 최근 이곳에 ‘3차 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다. 3차 한류는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음식과 화장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연령층이 젊은 층으로 낮아졌다는 부분에서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인다. 청소년이 신오쿠보를 찾으면서 SNS에서는 한국 문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극한으로 치닫는 한·일 관계때문에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많이 늘었다. 지난 2012년, 일본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조사에서 한국을 친밀하게 생각하는 일본인은 62.2%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실시된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에서는 한국의 친밀도를 물어본 질문에 26.7%만 친밀하다고 답했다. 한국에 대한 친밀도가 20%대로 떨어진 건 1978년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한·일 관계의 발전이 양국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있어 중요한지 묻는 질문에는 제작년(69.8%)보다 낮은 57.5%를 기록했다. 여전히 절반 이상은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이웃 나라이나 친밀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일본인들. 그런데 이들 중 하루평균 약 5만 명이 신오쿠보를 찾고 있다. 과연 일본인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오토다무 씨는 "한국 좋아하니까. 싸우는 것은 정부의 일이고 저는 한국인이 친절해서 정말 좋아요"라고 말한다.

다큐멘터리 3일 '한류 메카·故 이수현'의 신오쿠보 [KBS]
다큐멘터리 3일 '한류 메카·故 이수현'의 신오쿠보 [KBS]

KBS '다큐멘터리 3일'이 9년 만에 다시 찾은 신오쿠보는 변화하고 있었다. 지난 5년 간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계의 주민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신오쿠보 거리는 베트남, 네팔 등 아시아 음식점으로 채워지고 있다. 아시아 음식점을 찾는 일본인들 또한 점점 늘어나면서 이제 신오쿠보는 한류의 메카를 넘어 아시아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국제타운으로 변하고 있었다.

다문화 격전지로 바뀐 이곳에서 여전히 신오쿠보를 지키는 200여 개의 한인 가게가 있다. 한국 음식을 팔면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노래를 부르며 한국어를 알려주는 이들. 제2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신오쿠보를 찾는 이들에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있었다.

불안한 한·일 관계 속에서 문화적 교류를 이어가는 한국과 일본 젊은이들도 거리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10대 초반의 아이들은 한국 아이돌 춤을 배우고 20대 이상 젊은 층은 한·일 교류 모임을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고 있었다. 이들이 정치와는 별개이며 꾸준히 민간 교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한국 문화를 받아들인 층은 젊은 세대만이 아니다. 일본 중장년층은 한국의 전통문화에 관심을 보인다. 제철 나물로 비빔밥을 만들고 한국 전통 놀이인 투호를 하며 지속적으로 문화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이들. 이들에게 신오쿠보는 두 나라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영화 제목 '가교'라는 말처럼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사람과 교류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코요마 츠요시 씨의 말이다.

다큐멘터리 3일 '한류 메카·故 이수현'의 신오쿠보 [KBS ]
다큐멘터리 3일 '한류 메카·故 이수현'의 신오쿠보 [KBS ]

지난 2001년 1월 26일, 신오쿠보역 선로로 떨어진 취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한국인 유학생 故 이수현 님. 당시 일본 사회의 큰 감동을 주었던 그의 숭고한 희생이 올해로 19주기를 맞았다. 헌화식이 열린 곳에 한국 취재진은 KBS '다큐멘터리 3일'이 유일했다. 각지에서 보내온 조의금은 약 1천 명의 아시아 학생들의 꿈을 이루는데 사용됐고 매년 신오쿠보역에서 진행되는 헌화식은 여전히 많은 일본인이 찾고 있다.

위험을 무릅쓴 그의 희생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되면서 19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일본인의 가슴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아슬아슬한 한·일 관계 속에서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가교'를 꿈꾼 그의 꿈은 어떤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줄까.

오다가와 코 씨는 "故 이수현 씨가 본인을 희생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다리가 되고 싶다는 그 생각을 우리가 이어가야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故 이수현 님의 어머니 신윤찬 씨는 "아마 아들은 한국과 일본이 사이가 좋아지는 걸 굉장히 바랄 것 같아요"라고 화답한다.

'다큐멘터리 3일' 제작진은 故 이수현 님의 추모일을 맞아 일본 신오쿠보에서 지내는 한인들과 일본인들의 삶을 기록했다.

위태로운 한·일 관계 속에서 교류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2020 한·일 갈등, 괜찮나요? 신오쿠보!'는 7일 밤 10시 50분 KBS1TV를 통해 방송된다.

정상호 기자 uma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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