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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컬처] ‘기생충’ 봉준호 “시간 흘러 영화 자체가 기억되길 바라”


“오스카 캠페인, 아이디어와 팀워크로 물량 열세 커버…전세계 관객 호응 가장 기뻐”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배우들의 아름다운 한순간 연기와 촬영팀 모든 스태프들이 장인정신으로 만들어낸 장면 하나하나, 그 장면에 들어가 있는 제 고민 등 영화 자체를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봉준호 감독은 19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당부했다.

그는 “칸에서부터 오스카에 이르기까지 경사다 보니까 영화사적 사건처럼 기억될 수밖에 없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겠지만 사실은 영화 자체가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지난 10일에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 장편 영화상을 받아 4관왕에 올랐다. 영어가 아닌 언어로 만들어진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이다.

지난 10개월 동안 전세계를 돌며 기록적인 수상을 이어간 ‘기생충’의 주역들이 이날 국내에서 처음으로 취재진과 만났다. 행사에는 봉 감독과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 감독, 배우 송강호·이선균·조여정·박소담·이정은·장혜진·박명훈이 참석했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오스카 캠페인 과정을 묻는 질문에 그는 “북미배급사 네온도 중소 배급사고 생긴 지 얼마 안 됐다”며 “거대 스튜디오나 넷플릭스에 훨씬 못 미치는 예산으로 열정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 강호 선배님이 코피 흘릴 일이 많았다”며 “우리는 아이디어와 똘똘 뭉친 팀워크로 물량의 열세를 커버하면서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늘 아침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보낸 편지를 받았다”며 “개인적으로 보내신 편지니까 내용을 말씀드리면 실례지만 마지막 문장에 ‘그동안 고생했지만 조금만 쉬고 일해라, 나도 그렇고 다들 차기작을 기다린다’고 쓰여 있었다. 감사하고 기뻤다”고 밝혔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봉 감독은 “항상 도발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만들고자 하는 스토리를 본질을 외면하는 것은 싫었다”며 “‘기생충’에는 우스꽝스럽고 코미디 적인 면도 있지만 빈부격차의 현대사회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쓰라린 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그 부분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만든 영화”라며 “이 부분을 관객들이 불편해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영화에 당의정(糖衣錠)을 입히고 싶진 않았다”고 고백했다.

또 “한국에서도 1천만명 이상의 관객이 호응해줬고 북미와 다른 나라에서도 기록을 썼다”며 “동시대 전세계의 많은 관객이 호응해줬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왜 호응을 보냈는지는 시간을 두고 분석해야 하지만 그것이 내 업무는 아닌 것 같다”며 “나는 다음 작품을 준비해야 하고 뚜벅뚜벅 그 길을 걸어 나가야 되고 관객들이 평가해줄 거라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그는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흑백 버전을 본 관객이 ‘화면에서 더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하더라”며 “흑백으로 보면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과 연기의 디테일·뉘앙스를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탰다.

봉 감독은 HBO에서 제작하는 ‘기생충’ 드라마 관련 질문에 “나는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빅쇼트’와 ‘바이스’를 만든 애덤 매케이가 작가로 함께한다”며 “연출자는 차차 찾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생충’이 애초에 가진 주제 의식을 블랙코미디와 범죄 드라마의 형식으로 더 깊게 파고들 것 같다”며 “5~6개 에피소드의 완성도 높은 시리즈를 만들고자 한다”고 계획을 전했다.

또 “틸다 스윈턴이나 마크 러팔로가 출연한다는 기사도 나왔는데 공식적인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지금은 이야기의 방향과 구조를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계획을 묻자 봉 감독은 “2017년 ‘옥자’가 끝났을 때 이미 번아웃 증후군 판정을 받았다”며 “그러나 ‘기생충’이 너무 찍고 싶어서 영혼까지 긁어모아서 만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처음 ‘기생충’을 얘기했던 게 2015년인데 행복한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아 기쁘다”며 “사실 일을 많이 해서 쉬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스콜세이지 감독님이 쉬지 말라고 하셨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차기작 두 편은 몇 년 전부터 준비하던 것”이라며 “평소처럼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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