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19 골든타임 놓친 정부의 아쉬운 '선택'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골든 아워(골든 타임)를 넘긴 환자가 이송돼 올 때마다 느끼는 기분은 비슷해요. 늦었다는 생각부터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이 뒤섞여 절망을 가져옵니다. 혼란 속에서 치료에 최선을 다해보지만, 많은 환자가 그대로 떠나거나 후유증을 안게 되더군요. 그러면 그 환자가 한동안 가슴 속에 아픈 기억으로 남아요."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 A 씨(43)는 골든 타임을 놓친 환자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대한민국 유통업계를 휘청이게 하고 있다. 인파로 북적이던 거리에는 적막이 감돈다. 또 온라인에 맞서 다채로운 방향의 혁신을 통해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가다듬던 대형마트, 면세점 등 대기업 유통업계도 연이어 매장을 닫는 등 피해를 보는 경우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속 유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이 같은 상황에 이른 것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발 확산 등 예상치 못한 상황 발생이라는 악재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코로나19를 과소평가해 온 정부의 실책도 한 몫을 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지나친 자신감으로 사태를 과소평가했다. 의학계가 사태 초기부터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은 물론 중국 전역을 위험지역으로 지정하고 출입국 차단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실제 입국금지 조치는 한참 뒤인 지난 3일, 그것도 후베이 성 방문 외국인 한정으로 내려졌다.

또 의학계는 일찍부터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 상태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함은 물론 정부와 지자체가 방역 '컨트롤 타워'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신천지 신도들로 인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난 지난 23일에서야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결국 대한민국이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 3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자초했다.

업계는 이 과정에서 확진자는 물론 확진 의심자가 점포를 방문할 경우에도 임시 휴점 조치를 내리고, 지속적인 방역 조치를 취하는 등 방역에 최선을 다해 왔다. 또 이 과정에서 업계의 힘만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호소해 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당국의 조치를 믿을 것과 집단행동을 자제할 것만을 요구하며 소극적인 모습만을 보였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손실 보상 또한 현행법상 어렵다며 미온적 모습을 보였고, 업계가 자체적으로 더욱 강력한 조치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결국 업계는 '골든 타임'을 놓친 의사의 마음으로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이미 1분기 장사는 완전히 망쳤다고 자조하는 모습은 물론, 상당 수의 자영업자들이 당장 내일을 대비하지 못해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이번 고비만 넘기면' 이라는 희망도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19 사태가 신속히 해결된다 해도, 침체된 경기가 원상복구되기까지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 예상에서다.

A 씨는 '골든 타임’을 놓친 환자를 떠나보냈을 때, 단순히 환자를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보다 '살릴 수 있었다’는 기회를 놓치는 것에서 오는 씁쓸함이 더 오랜 시간 마음에 남는 것이 괴롭다고 말했다. 또 그마저도 하지 못했을 경우 가슴을 짓누르는 무력함과 괴로움이 찾아온다고 토로했다.

어쩌면 우리 정부도 지금 '골든 타임'을 놓친 환자를 눈 앞에 둔 A 씨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늦었더라도 최선의 조치를 마친 후의 '씁쓸함'을 느끼는 데 그칠 것인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최악의 결말을 맞을 것인가. 유통업계,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는 정부가 행하는 앞으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현석기자 tryon@inews24.com

관련기사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