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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산 중·영도 김비오 후보의 4번째 도전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김비오 더불어민주당 부산 중·영도구 후보가 낙선했다. 지난 4·15 총선으로 4번째 낙선이다. 부산 중구와 영도구는 몇 차례 선거구 개편을 거쳤다. 2016년 20대 총선부터 같은 선거구로 통합이 이뤄졌다. 김비오 후보는 2008년 영도구에서 처음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했다. 지금 민주당 전신 '통합민주당' 소속이었다.

민주당은 과거 분열과 통합, 창당과 재창당을 반복하면서 수차례 이름을 바꿨다. 그래도 김비오 후보는 당적 변경 없이 오로지 같은 지역구에 출마했다. 그리고 예외 없이 낙선했다. 중·영도구는 결코 만만한 지역구가 아니다. 김비오 후보의 첫 상대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다. 이번 21대 총선 직전까지 미래통합당 선관위원장을 맡은 내로라는 보수 원로다. 그때 김비오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고작 9.53%였다.

김비오 후보의 두 번째 도전은 2013년 재보선이다. 상대는 김무성 전 대표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틀어지기 전, 최측근 인사로 불리던 시절이다. 한때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그는 지금도 비박계 거물 정치인이다. 김비오 후보는 22.3% 득표율을 얻었다. 김무성 전 대표(65.7%)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김비오 후보는 20대 총선에서 다시 김 전 대표와 맞붙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달랐다. 김무성 전 대표는 56.3%를 얻어 당선됐지만 민주당 김비오 후보는 40.7%를 기록했다. 그 득표율 자체가 부산 지역 민심의 변화를 상징했다. 당시 민주당은 국민의당에 밀려서 호남 의석 대부분을 상실했지만 부산에서만 처음으로 5석, 경남에서 3석을 얻으며 전국 정당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21대 총선. 김비오 후보는 44.9% 득표율로 미래통합당 황보승희 후보에 7% 차로 패했다. 민주당은 영남권 보수 지지층의 선거 막판 대대적인 결집으로 대구경북 전패를 기록했지만 부산과 울산, 경남 7곳을 확보했다. 민주당 입장에서 한때 절대 험지였던 영남에서 적어도 부산과 울산, 경남 도심권은 서서히 경합지로 변해가는 중이다. 김비오 같은 후보들의 피눈물 어린 도전 덕분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현대사의 주요 국면들과 맞물려 형성된 집단적 사고는 말할 필요도 없다. 낯선 이들에게 판촉 행위를 하는 판매사원들에겐 파는 물건이라도 있다. 험지 도전 후보들에겐 그나마도 없었다. 후보가 보는 눈 앞에서 후보 명함을 냅다 버리는 냉소적인 유권자들은 차라리 신사적이다.

듣기 힘든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다반사다. 때로는 후보는 물론 선거운동원들에게까지 가래침을 내뱉는다. 정치를 일종의 공적 서비스업이라고 한다면 극한의 감정노동이라고, 선거출마 후보들과 실무자들은 말한다. 그 어떤 모욕에도 좌절하지 말아야 그 다음을 위한 기회라도 얻는다는 것이다.

험지 출마 후보들의 선택은 결국 시간이다. 출마하고 낙선하고, 다시 출마하고 낙선했다. 정말 어려운 도전이다. 바보들이다. 정치혐오가 짙은 국내 정서상 낙선 후보들은 쉽게 잊혀진다. 그러나 이들의 힘겨운 도전이 이룬 변화들을, 역대 선거의 데이터들은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정치인의 여러 자질 중 결정적 요소가 태도다. 특히 생각이 다른 유권자 집단에 대한 태도다. 끝없이 소통을 시도하는 쪽이 1%의 공감이라도 더 얻어낸다. 미래통합당은 2014년 재보선 당시 절대 험지 호남에서 드라마를 썼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고향 순천·곡성에서 보수 정당 소속 인사로선 처음으로 당선됐다.

그 다음 2016년 총선에서 전남 순천과 전북 전주을에서 이정현 전 대표는 물론 같은 당 정운천 후보가 당선됐다. 지역주의로 점철된 국내 선거사에 길이 남을 값진 승리였지만 이정현 전 대표는 현재 무소속으로 21대 총선에서 결국 낙선했다. 정운천 의원은 지역구를 포기하고 비례대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통합당의 드라마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험지 출마는 공천 갈등 결과로 내쳐진 쪽이 받아들여야 할 항복 문서처럼 비쳤다. 도전자는 다만 당내 비주류로 불릴 뿐이다. 통합당의 총선 복기 과정에서 중대한 패인으로 검토되어야 할 요소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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