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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항공사 매각 작업에 노동자는 안중에도 없다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 원·하청 노동자들이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 모였다.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안정적인 고용승계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결국 당시 모였던 하청업체 가운데 한 곳으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청소와 수하물 분류 작업을 했던 아시아나케이오(KO)의 노동자들이 지난달 다시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 섰다. 사측에서 무기한 무급휴직 및 해고를 통보해서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이스타항공 매각 작업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지난달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이스타항공 본사 앞에서 정리해고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뿐 아니라 승무원도 소수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에서 계약 해지를 통보한 지상조업 자회사 이스타포트 노동자들도 함께했다.

일련의 기자회견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강조하는 것이 있다. 항공산업은 다양한 노동자들의 노동이 모여 유지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되는 노동자들은 항공사 객실·운항 승무원이지만 1·2차 지상조업사를 통해 일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즉 누군가는 기내를 청소하고 누군가는 수하물을 운반하기 때문에 항공기는 뜬다.

매각 작업으로 인해 그 누가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항공업계 노동자들이 원·하청 할 것 없이 한 마음으로 고용안정을 외치는 것은 이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항공산업을 유지해왔던 노동자들의 노고를 알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이스타항공에선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조종사들뿐 아니라 일반직원들까지 임금 삭감 등의 고통분담을 할 테니 고용을 유지해달라고 사측에 제안할 정도다.

하지만 항공사를 부실하게 만들어 매각으로 몰고 간 경영진들은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에서만 급여, 기타 근로소득, 퇴직금 등을 포함해 총 34억3천900만 원을 받았다. 또 최근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윙(날개)' 마크 사용 계약 연장으로 120억 원 가까이 받아 챙기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아시아나케이오의 경우도 박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지분 100%를 보유한 곳이라 박 전 회장의 주머니를 채워준 곳이었다는 비판이 노동자들로부터 나온다.

이스타항공의 실질적 오너인 이상직 국회의원도 이스타항공 매각을 성사하면 매각대금 545억 원을 받아 챙길 수 있어 '먹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그가 2007년 창업했는데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물러났다. 그리고 그는 갖고 있던 이스타항공의 모회사 이스타홀딩스 지분 100%를 아들과 딸에게 각각 66.7%, 33.3% 물려줬다. 즉 가족회사였던 셈인데 이 때문에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과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노동자들은 아무런 기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시아나케이오 사측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스타항공은 고용유지를 못하니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조차 할 수 없고 임금 체불은 기본, 4대 보험도 체납했다. 당연히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심사를 하면서 경쟁제한성 여부를 볼뿐 고용안정 문제는 논외다. 그나마 마지막으로 기대할 수 있는 곳이 각각의 인수 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의 결정이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중단을 강하게 촉구하면서 사측이 결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제주항공과 정리해고와 관련한 협의를 계속 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보이콧 재팬'에 이어 올해 코로나19까지 항공업계가 연이어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해있지만, 적어도 매각 작업 속에서 항공사를 사고파는 각 기업 경영진의 이익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항공기가 뜰 수 있도록 한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고와 고통 분담 의지 또한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됐으면 한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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