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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민식이법' 시행 2달 됐지만…'과잉처벌' 두고 여전히 논란


[아이뉴스24 권준영 기자] 어린이 보호구역(이하 스쿨존) 교통사고에 대한 가중처벌을 담은 일명 '민식이법'이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충청남도 아산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9살 김민식 군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스쿨존에서의 안전 강화' 목소리가 커지면서 발의된 법안이다.

스쿨존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자는 뜻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지만, 강간범과 형랑이 같은 이 법을 두고 일각에서는 '과잉 처벌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쿨존 교통사고의 경우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도 있지만, 규정속도 등 교통법규를 지켰음에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성우 기자]
[조성우 기자]

청원인은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개정안은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며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망사고의 경우 '윤창호법'의 음주운전 사고 가해자와 형량이 같아진다. 음주운전과 같은 중대 고의성 범죄와 순수과실범죄가 같은 선상의 처벌을 받는 것은 이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피할 수 없었음에도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아이들의 돌발행동을 운전자가 무조건 예방하고 조심하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부당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지난 20일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현행법에 어린이안전의무 위반을 규정하고 있고 기존 판례에서도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거나 사고 발생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인 경우에는 과실이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며 "(어린이안전의무 위반 시 과잉 처벌이라는 청원인의 지적은) 다소 과한 우려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린이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입법 취지와 사회적 합의를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정부 또한 입법 취지를 반영해 합리적 법 적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과 도로교통공단 등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사건마다 구체적으로 판단하여 억울한 운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식이법'이 시행된지 두 달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스쿨존 교통사고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고들 중에는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도 있었고, 제한속도 등 교통법규를 지켰지만 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민식이법 위반 1호 사례는 지금으로부터 두 달여 전 경기도 포천에서 발생했다. 40대 운전자가 한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차로 들이받아 다치게 한 것이다. 이 사고로 피해 어린이는 팔이 부러져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다. 사고 당시 가해 차량의 속도는 스쿨존 제한속도인 시속 30㎞를 넘는 시속 39㎞로 확인됐다. 경찰은 운전자가 부주의로 인한 과속을 인정함에 따라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3월 31일 부산 수영구의 한 스쿨존에서는 30대 운전자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어린이를 치었다. 이 어린이는 2주간 치료해야 하는 부상을 당했다. 경찰은 이 운전자에 대해서도 민식이법을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인천에서는 지난 3월 31일부터 지난 19일까지 3건의 민식이법 위반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운전자 대부분은 스쿨존 제한속도를 준수했으나 법에 명시된 어린이 보호 의무를 지키지 않은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망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21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의 한 스쿨존에서 불법 유턴을 한 차량이 버스정류장 인근에 있던 2세 남자아이를 치었다. 이 사고로 남아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끝내 숨을 거뒀다.

당시 현장에 보호자가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아를 숨지게 한 50대 운전자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전주지법은 "피의자 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해 아동이 사망했지만 피의자가 자신의 과실을 인정했고 증거가 충분히 있다.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없다고 본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민식이법 시행 이후에도 스쿨존 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하자, 어린이보호구역을 정비하고 사고예방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펜스·반사경 등을 설치해 "사고가 나지 않는 상황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형량만 강조하기 보다는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무엇보다도 운전자들이 스스로 스쿨존 내에서 과속운전 등을 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역사회의 관심과 운전자들의 의식 개선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의 '경각심'이 민식이 법의 주요 취지 가운데 하나"라며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을 줄이려면 시민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준영 기자 kjyk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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