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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사 꽃' 애널의 추락…소신 아닌 '눈치'


'매도' 리포터 없는 이유, 증권사·고객사 눈치 때문?

[아이뉴스24 류은혁 기자] 요즘 주식투자를 막 시작한 '주린이'(주식+어린이)는 증권사 리포트를 보지 않는다고 한다. 차라리 비전문가가 유튜브에 올린 투자전략 영상을 보면서 주식투자에 나서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일부 주린이들은 투자자 입장에서 쓰지 않은 리포트가 과연 투자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진다.

남부럽지 않은 고액 연봉을 자랑하며 한때 증권사의 '꽃'이라 불리던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없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투자자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말을 빌리면 리포트에서 투자의견을 하향하거나 목표주가를 내릴 경우 안팎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리서치센터는 돈을 버는 부서가 아니지만 투자은행(IB)이나 법인영업으로 버는 수익을 생각하면 매도 의견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투자자를 위해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소신'이 사라지고 '눈치'가 자리잡고 있다.

 [사진=조성우 기자]
[사진=조성우 기자]

최근 D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A 상장사가 추진하는 합병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발간했다가 곧바로 철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수치상 검증이 덜 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선 고객인 A사의 컴플레인 때문에 리포터를 내렸을 것으로 추측한다.

지난해에는 H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가 P 상장사에 대해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내렸다가 해당 기업으로부터 '기업탐방 금지'라는 경고(?)를 받으면서 내부적으로 난리가 나기도 했다. 당시 리서치센터의 독립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내부적으론 고객사를 잃을까 쉬쉬 하는 분위기였다.

애널리스트가 부정적인 리포터를 낼 경우 고객사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기업탐방, 직원면담 등을 제한하면서 애널리스트와 증권사를 압박한다. 특히 고객사 이탈을 우려한 증권사 내부에서도 '소신 리포터'를 막는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최근 증권업계에선 리포트 유료화가 화두다.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공짜 리포터를 줄이면서 장기적으로 유료화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유료화 도입으로 리서치센터의 독립적 운영이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리포트를 유료화 하더라도 리서치센터의 분위기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증권사의 리포트 유료화 취지는 '공들여 만든 리포트의 가치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방점이 찍힌 것이지 '투자자에게 소신 있게 정보를 전달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리포트 유료화 방안은 증권사의 캐시카우를 넓히는 것이지, 제대로 된 분석보고서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와 고객사가 애널리스트에게 눈치를 주고 있는 사이 투자자들은 리포터를 외면하고 있다. 증권사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는 리서치센터를 만들기 위해선 유료화에 앞서 고객사의 컴플레인에도 애널리스트를 방어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나아가 애널리스트는 소신있게 할 말을 해야 자본시장의 감시자 역할에 일조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류은혁 기자 ehryu@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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