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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레거시와 빅테크, 그리고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최근 금융업계에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다른 업권, 업체 간에 차별적인 규제가 적용되는 상황을 빗대는 말이다.

그간 은행이나 보험, 증권 등 금융업권 간의 규제 차별을 지적할 때 많이 등장했지만, 이번에는 금융업계와 IT업계 사이에서 이 같은 갈등이 나왔다는 점이 특이하다.

발단은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을 두고 나왔다. 금융권은 마이데이터에 참여하기 위해 모든 고객 데이터를 공개해야 하지만, 네이버는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 정보만 개방하면 돼 형평성 문제가 지적됐다.

네이버가 출시한 '네이버통장'이 돌풍을 일으키며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가시화됐다 [네이버]
네이버가 출시한 '네이버통장'이 돌풍을 일으키며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가시화됐다 [네이버]

이 같은 상황은 핀테크 산업의 무서운 성장세에 '레거시(Legacy)'라고 일컬어지는 기존 금융사들이 긴장감과 경계심을 갖게 됐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새로 성장하는 핀테크 업체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식으로 시혜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여신 규모만 수천조 단위인 은행 등 금융업계 입장에서 당장 큰 위협을 느낄 만한 상대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토스 등 핀테크 스타트업의 몸집이 커진데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출해 영역을 확장하면서 금융사들이 밥그릇을 위협받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금융당국이 연내 추진 중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금융법 개정안의 취지는 핀테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이 출현할 수 있도록 금융업을 폭넓게 개방하는 것이다. 기존 금융사들이 독점해왔던 소액결제 등의 업무에도 요건만 갖추면 진입할 수 있게 된다.

급기야 불거진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도 이런 변곡점에서 나타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핀테크 업계도 '공정경쟁 하겠다'고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네이버파이낸셜, NHN, 비바리퍼블리카(토스), 핀크 등 IT·핀테크 기업들은 오픈뱅킹에 자사가 보유한 결제, 잔액, 이용내역 등의 데이터를 모두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손현욱 비바리퍼블리카 실장은 "오픈뱅킹에 핀테크 업체들도 대대적으로 데이터를 개방해 서로 시너지를 내는 환경을 꿈꾼다"며 "핀테크와 금융기관과의 경쟁과 협력이 강화되면 금융 소비자에게 혜택이 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규제차익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정보보호의 날' 기념 세미나에서 "빅테크가 금융산업에 본격 진출할 것에 대비해 금융 안정, 이용자 보호, 규제차익 해소 등 공정경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IT 기업들의 금융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금융사들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전환)'을 지상과제로 삼으면서 IT와 금융업 간의 경계는 날로 사라지고 있다.

불과 5~6년 전 '핀테크'라는 용어가 대두되기 시작할 때만 해도 막연한 미래였던 그림은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화됐다.

이 같은 경쟁이 결국 금융 소비자들에게는 혜택으로 돌아가는 과실을 맺게 됐으면 좋겠다.

김다운 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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