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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반응 에너지 상식 깨졌다…"열 아닌 기계에너지"


IBS, 사이언스紙에 논문발표…초소형 세계의 에너지 패러다임 바꾼다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화학반응의 기존 상식을 깨는 분자 움직임을 발견했다고 3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스티브 그래닉 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장(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과 후안 왕 연구위원은 일반적인 화학반응 시에 발생하는 에너지가 열로 모두 방출된다는 기존 상식을 뒤집고, 반응에너지가 기계적 에너지로 전환돼 반응 뒤 분자의 움직임을 빠르게 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분자는 화학반응을 할 때, 원자들 사이의 기존 결합을 끊고 새 결합을 형성하면서 다른 물질로 바뀐다. 이 때 발생하는 반응에너지는 국소적인 열 형태로 발산되어 사라지고, 분자 움직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기존 상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의 열방출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분자움직임을 관찰하고, 이를 분석해 화학반응 시의 에너지가 기계적 에너지로 바뀐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일반적인 화학반응에서의 반응에너지 활용에 대한 개념을 전혀 새롭게 제시한 연구로, 분자 단위의 미시 세계에서 동력이 필요한 초소형 로봇, 약물 전달 연구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서로 다른 화학반응의 반응에너지에 따른 용매의 확산계수 변화. 파랑, 빨강, 초록 점은 촉매 반응으로, 서로 일치하는 가파른 그래프를 그린다. 반면 주황, 분홍, 하양은 촉매가 없는 일반 반응으로, 완만한 그래프를 그린다.[IBS]
서로 다른 화학반응의 반응에너지에 따른 용매의 확산계수 변화. 파랑, 빨강, 초록 점은 촉매 반응으로, 서로 일치하는 가파른 그래프를 그린다. 반면 주황, 분홍, 하양은 촉매가 없는 일반 반응으로, 완만한 그래프를 그린다.[IBS]

연구진은 액체 용매 속 화학반응에서 증가하는 분자 움직임을 관찰하고, 이 움직임이 기존의 열 방출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동력에 의한 것임을 규명했다.

연구진은 먼저 용매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핵자기공명영상으로 관찰해 각 반응물 분자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실험 결과, 반응 뒤 분자의 확산(분자가 주변 분자들과 부딪히면서 생기는 무작위 움직임)이 빨라지며, 이러한 확산은 열 방출로 대류가 일어났을 때의 분자 움직임 시뮬레이션으로 설명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이는 반응물이 열 이외에 다른 동력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촉매가 관여하는 반응이 일반 화학반응과 전혀 다른 형태의 분자 확산을 야기하는 것도 밝혀냈다. 서로 다른 15가지 화학반응에서 나타나는 확산 속도를 분석한 결과 촉매반응은 촉매 없는 반응보다 반응에너지 대비 확산 속도가 훨씬 가파르게 증가했다.

연구진은 "높은 온도 자체가 활발한 분자 움직임으로 정의되기는 하지만, 화학반응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열의 형태로 국소적이며 빠르게 퍼져 사라진다고 생각됐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관찰한 확산계수는 반응에너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화학반응 과정에서 생겼다 사라지는 서로 다른 분자들이 다른 확산속도를 보여 열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스티브 그래닉 단장은 “이번 실험에서 확인한 반응은 플라스틱 생산과 의생명공학 등에 일반적으로 쓰이는데, 여기서 분자 움직임을 조절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후안 왕 연구위원은 “자연에 존재하는 스스로 움직이는 물질들을 이해하고, 정교한 초소형 기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논문명 : Boosted molecular mobility during common chemical reactions

◇저자: 후안 왕(제1저자, IBS), 박명곤(제2저자, IBS/UNIST), 로유 동(공동저자, IBS), 김준영(공동저자, IBS/UNIST), 조윤경(공동저자, IBS/UNIST), 츠비 틀루스티(공동저자, IBS/UNIST), 스티브 그래닉(교신저자, IBS/UNIST)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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