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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정의선 체제 출범 2년…미래차 혁신 속 명암 엇갈려


스마트 모빌리티·수소경제 선도…지배구조 개편·GBC 완공 등 과제도 산적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사진=SOVAC 사무국 ]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사진=SOVAC 사무국 ]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끌게 된 지 14일로 만 2년이 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 동안 젊은 리더십 체제에서 완성차 시장 패러다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현대차를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완공 등의 해결 과제도 적지 않다.

◆정의선, 미래 먹거리 창출·과감한 변혁 합격점

재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9월 14일 승진과 함께 현대차그룹을 총괄하게 된 정 수석부회장은 현재 정몽구 회장을 잇는 공식 '2인자'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3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를 맡고, 올해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르며 정 수석부회장의 입지는 더 확고해졌다.

정 수석부회장이 2년간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모빌리티 혁신을 통한 미래 먹거리 창출이었다. 실제로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지금까지 설립한 총 13개의 현대·기아차 신규 법인(유동화전문회사·투자사 제외) 중 7개가 모빌리티 전문기업이다. 나머지 6개 역시 정 수석부회장이 론칭을 주도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연관된 국외 법인 4곳과 인도네시아 법인 2곳이다.

앞서 승진하기 전인 지난 2018년 9월 7일 인도에서 열린 '무브(MOVE)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정 수석부회장은 "자동차산업 변혁에 대응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을 통해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하이드로젠모빌리티는 유럽 친환경 상용차 시장을 겨냥해 운행한 만큼 사용료를 지불하는 신개념 모빌리티를 선보일 계획이다. 미국 자율주행 전문업체 앱티브와 합작 설립한 모셔널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함께 로보택시를 2028년께 상용화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현대 모빌리티 랩과 모션 랩은 러시아, 미국 등에서 차량공유 서비스를 내놨다.

이와 관련해 정 수석 부회장은 지난해 "미래에는 자동차가 50%가 되고 30%는 개인비행체(PAV),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며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정 수석부회장은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아시안 시장 공략을 위해 인도네시아에는 1조8천억 원 가량을 투자해 완성차 공장을 짓고 있으며, 향후 전기차 생산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에는 현대 모빌리티 글로벌 혁신센터와 전기차 공장을 지어 2022년부터 3만 대를 생산할 방침이다.

전기차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정 수석부회장은 대외활동을 통해 재계의 협력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각각 만나 전기차-배터리 사업 협력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또 청와대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는 직접 전기차 전략을 소개해 주목 받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아차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현대차·SK]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아차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현대차·SK]

더불어 전기차와 수소차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내년에는 전용 플랫폼 E-GMP에 기반한 전기차를 '아이오닉' 브랜드로 출시할 계획으로, 2년간 현대차와 제네시스에서 전기차 9종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 같은 정 수석부회장의 의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25 전략'에도 드러나 있다. 현대차는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 등 2대 사업 구조를 축으로, '내연기관 고수익화', '전동차 선도 리더십', '플랫폼 사업기반 구축' 등을 3대 전략으로 삼고 앞으로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2025년에는 전기차 100만 대를 판매해 세계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수소차로는 2025년까지 유럽으로 1천600대를 수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총 투자를 연간 20조 원 규모로 늘리고, 향후 5년간 100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은 모빌리티 혁신을 앞당기기 위해 수평적 소통을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는 한편,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개방형 혁신을 단행했다"며 "상징적이던 군대 문화는 많이 옅어지고, 고위 임원을 줄이는 대신 40대와 여성, 외국인 임원을 확대하며 조직의 유연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 공백 속 해결 과제 산적

정 수석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경영공백을 메우며 현대차그룹의 실질적 수장이 됐지만 미완의 지배구조 개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완공, 중국 실적 개선, 건설 계열사들의 잇따른 부실 시공 논란 등 해결 과제도 산적해 있다.

특히 지배구조와 관련해선 지난 2018년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지주사격으로 변화시키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며 속도를 내는 듯 했지만, 엘리엇 등의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현대차그룹은 '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로 핵심 고리에 그룹 지배력이 집중돼 있는 구조로, 이 중 한 곳만 확실히 장악하면 그룹의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그룹 지배력의 핵심은 정 수석부회장이 아닌 정몽구 회장이 자리하고 있는 상태다.

GBC 조감도 [사진=현대자동차]
GBC 조감도 [사진=현대자동차]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GBC 건립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GBC는 정몽구 회장의 숙원사업이자 현대차그룹의 국내 최고층 마천루 건립 프로젝트로, 오는 2026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4년 9월 옛 한국전력 부지(7만9천342㎡)를 사들였으며, 이곳에 통합사옥을 지을 계획이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카라일그룹 초청 단독대담에서 GBC 개발 계획과 관련해 "삼성동 부지를 선택한 것은 미래 가치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SPC를 설립해 좋은 투자자들을 유치해 공동개발하고, 수익을 창출해 현대차그룹 핵심사업에 재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하 7층~지상 105층(569m) 규모의 그룹 통합사옥 건물과 호텔·업무시설, 공연장 및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컨벤션 및 전시시설, 관광휴게시설, 판매시설 등이 들어선다. 공사비는 3조7천억 원 가량으로, 현대차그룹은 외부 투자로 이를 조달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위축 등에 따른 위기 속에서 실탄을 지원해 줄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내놓은 상태다.

미국·유럽과 달리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국 사업 실적을 개선시키는 것도 정 수석부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2016년까지만 해도 중국 시장에서 가장 많은 차를 팔던 현대·기아차는 2017년부터 사드 배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불매 운동 등에 시달리며 판매량이 급감했다.

실제로 2016년 현대차 중국 판매는 114만2천16대에 달했으나 지난해는 65만123대로 떨어졌다. 기아차도 2016년 65만5대를 팔았으나 지난해 25만8천705대까지 낮아졌다. 올해도 현대·기아차 중국 내 판매량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고급차 시장은 미국과 독일, 일본 업체가 장악했고, 중저가 시장은 현지 로컬 브랜드가 휩쓸면서 현대·기아차의 입지가 애매한 상황"이라며 "현대·기아차가 고급차나 전기차, SUV 등 특화된 모델을 앞세우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건설 계열사의 부실 공사 논란도 정 수석부회장의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이 올해 그룹 출범 20주년에 따른 품질경영 원년으로 삼은 상태에서 이 같은 문제들이 제기돼 브랜드 이미지와 기업 신뢰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 하기 위한 정 수석부회장의 다양한 움직임은 그룹 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는 듯 하다"면서도 "정몽구 회장의 부재 속에 지배구조 개편,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대안 마련 등 다양한 문제가 산적해 있는 것은 정 수석부회장으로선 다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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