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ARM 품은 엔비디아, 반도체 지형 바꿀까…국내 영향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함에 따라 생길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엔비디아가 ARM의 오픈 라이선스 사업을 유지한다고 한 만큼 당장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엔비디아는 13일(현지 시간) ARM을 400억 달러(약 47조5천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다.

엔비디아는 ARM에 주식 215억 달러 규모의 보통주 4천430만 주와 120억 달러의 현금을 소프트뱅크에 지불하게 된다. ARM 실적이 일정 목표를 달성할 경우 소프트뱅크에 50억 달러의 현금이나 보통주를 추가로 지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는 "인공지능(AI)은 이 시대의 가장 강력한 기술력으로 컴퓨팅의 새 바람을 일으켰다"며 "미래에는 AI를 움직이는 수많은 컴퓨터가 오늘날의 인간인터넷(IoP)보다 수천 배는 큰 사물인터넷(IoT)을 새롭게 창조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엔비디아와 ARM의 결합으로 이러한 AI 시대에 높은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거래로 삼성전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ARM의 지적재산권(IP)을 구입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설계하고 있는데, 만일 엔비디아가 라이선스를 독점하고 비싼 사용료를 받는 등 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 있어서다.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의 경우 영향권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ARM은 반도체 기본 설계도를 만들어 삼성전자, 퀄컴, 애플 등에 팔고 로열티를 받는 회사로, '팹리스의 팹리스'라 불린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서버용 반도체, AI 반도체도 설계하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오픈 라이선스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라이선스 소지 기업들이 출하한 제품만 1천800억 개에 달하는 등 그간 성공의 근간이 됐던 글로벌 고객 중립성 또한 유지할 계획"이라며 "오픈 라이선스 모델의 운영을 계속할 것이며, ARM의 파트너사들은 엔비디아의 수많은 혁신을 포함해 양사가 내놓는 각종 혜택을 제공받게 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엔비디아가 오픈 라이선스 사업을 유지한다고 한 만큼 당장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향후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조를 바꿀 경우 대체 기술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엔비디아가 ARM 기술을 활용해 AI, 자율주행 등의 영역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아져 반도체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이번 거래로 GPU와 중앙처리장치(CPU)를 모두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데이터센터, AI, 자율주행 등 4차산업 혁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CPU와 GPU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가능해진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엔비디아가 이번 인수로 사업을 확장할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 역시 수주 기회를 늘릴 수 있어서다.

앞서 엔비디아는 최근 차세대 GPU 지포스 RTX 30 시리즈를 삼성전자 8나노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대만 TSMC에 칩 생산을 의존해왔는데, 삼성전자에 생산을 맡긴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완료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아직 엔비디아의 방향성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의 관계를 잘 유지할 경우 수주 확대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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