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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국 우선주의 질린다"…설 자리 잃은 기업들, '탈중국' 가속


美·日 등 주요국, 中과 거리두기 강화…韓 주요기업, 현지사업 정리속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 전기차 등 주력 산업에서 자국 기업 점유율을 70~80%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한 중국의 등살에 못이긴 외국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나날이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공급망 재편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중국은 자국 기업 우선주의를 앞세워 외국 기업들을 배척하는 모습을 보여 국내 기업들도 점차 발을 빼는 분위기다.

중국의 등살에 못이긴 외국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나날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의 등살에 못이긴 외국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나날이 가속화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중국 지주사인 SK차이나가 지난달 SK렌터카 지분 100%를 중국 도요타에 500억원에 매각하며 탈중국을 선언했다. 중국 렌터카 시장에 진출한 지 10년 만이다. SK는 앞서 지난 6월 베이징 SK타워도 매각하는 등 점차 중국 사업 비중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SK 측은 SK이노베이션이 최근 중국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추가 설립키로 하는 등 중국 사업을 축소하는 것이 아닌 재조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미중 갈등 심화 여파로 중국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과거 중국 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던 SK도 한 발 물러서며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사드 사태 이후 중국 내 점유율이 급락하면서 어려움을 겪다 최근 공장 매각에 나섰다. 실제로 전경련이 최근 5년간 기업의 중국 비즈니스 동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브랜드 승용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6년 7.7%에서 2020년 1~9월 4.0%로 3.7%p 줄어들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판매량이 2016년 판매량(179만 대)의 절반에 못 미치는 약 66만 대를 기록, 시장점유율이 3.5%로 떨어졌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달 27일 중국 내 생산·판매를 담당하던 관리자급 주재원 약 20명을 한국으로 철수시키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베이징에 3개, 허베이성 창저우와 쓰촨성 충칭에 각각 한 곳씩 총 5곳의 중국 승용차 공장을 운영 중으로, 샤오미 등 중국에서 전기차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장 매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는 지난 2018년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해 현재 점포를 단 한 곳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 롯데마트 왕징점. [사진=장유미 기자]
롯데마트는 지난 2018년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해 현재 점포를 단 한 곳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 롯데마트 왕징점. [사진=장유미 기자]

사드 사태 후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롯데는 일찌감치 백화점, 마트, 홈쇼핑 등 유통사업에 이어 제과, 칠성음료 등 식품 제조 사업을 순차적으로 정리했다.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노골적인 보복을 당하면서 현지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삼성도 지난 2019년 중국 내 스마트폰 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PC 공장의 문을 닫았다. 올 상반기 동안에도 중국 쑤저우 LCD 생산라인 매각을 완료했다. LG는 지난해 80억 위안(약 1조3천900억원)에 베이징 트윈타워를 매각한 한편, LG전자 쑤저우 쿤산 생산법인을 정리했다.

이 같은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은 중국 시장에서 매출액과 이익률, 시장점유율 하락 등 3중고를 겪고 있는 데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경련에 따르면 매출 100대 기업 중 중국 공시 30개 대기업의 대(對)중국 매출은 지난해 117조1천억원으로, 2016년 대비 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전체 중국법인 매출은 2016년 1천870억 달러(약 225조원)에서 2019년 1천475억 달러(약 171조원)으로 21.1% 줄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2016년 4.6%에서 2019년 2.1%로, 2.5%p 감소했다.

이처럼 중국법인의 매출 부진이 이어지자 한국 기업은 지난 2015년 이후 중국 신규 법인과 총인원을 줄이는 분위기다. 2015년 737개였던 신규 중국법인 수는 2019년에는 467개에 그쳤다. 중국법인 총인원 수도 2015년 49만3천 명에서 2019년 41만4천 명으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 사태를 기점으로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저하되면서 현지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기 힘든 상황이 됐다"며 "미중 갈등 심화와 중국 공산당의 무차별적 기업 규제 여파도 한국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데다 중국 정부 규제 리스크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중국 사업을 유지하는 데 고민하는 기업들이 많은 듯 하다"며 "중국이 빠르게 모방하는 사업들은 현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된 만큼 앞으로는 중국에서 따라 할 수 없는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중국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등 일부 유럽 국가들도 최근 중국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중국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등 일부 유럽 국가들도 최근 중국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한국 기업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탈중국 움직임은 빨리지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초 자국 기업이 중국에서 나와 자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전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22억 달러 규모의 기금 운용 계획을 공개했고,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탈중국 무역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또 중국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등 일부 유럽 국가들도 중국과 거리 두기에 나선 모습이다. 리투아니아의 경우 지난 5월 중국-중동유럽(CEEC) 경제 협력 틀인 '17+1' 탈퇴를 선언했고, 라트비아, 불가리아 등 6개국은 올해 2월 중국-CEEC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 중심에 있는 데다 거대 소비시장으로서 향후 잠재성을 봤을 때 완전한 탈중국을 실현하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9년 수입통계를 보면 중국 제품이 특정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품 수가 미국은 1천349개, 유럽연합(EU)은 1천788개, 일본은 1천932개, 한국은 1천985개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역되는 공산품의 총 수가 통상 4천200개 안팎임을 감안하면 미국(31%)을 제외하고 주요국의 중국제품 의존도는 40%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 모건스탠리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민간소비는 2030년 12조7천억 달러(약 1경4천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민간소비가 7천600억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총 소비의 약 17배에 이르는 천문한적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탈중국 정책을 펼치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재편에 힘을 쏟고 있지만 여러 부문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 많다"며 "중국이 내수 위주 정책을 펼치며 외국 기업들을 더 위축시키고 탈중국을 촉진시키는 분위기지만, 잠재 소비시장을 놓고 보면 글로벌 기업들이 쉽게 발을 빼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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