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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으로서의 미술 콜렉션] 아웃사이더 아트, 마켓 '인싸' 되나


한국에서 꽤 생소하지만 미국 미술계에 많이 등장하는 용어가 ‘아웃사이더 아트(Outsider art)’다. 선진 미술계의 중심지 뉴욕에서 서서히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이 분야에 대해 알아보는 일은 콜렉터에게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전 칼럼에서, 콜렉션할 작품을 고를 때 작가가 역사에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하자고 했는데 그 관점에서 이 번에 아웃사이더 아트를 정리하면서 함께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아프리카 노예 출신 작가들에 대한 미국의 재평가

2020년 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853년생 미국 작가 Bill Traylor의 'Man on White, Woman on Red'라는 작품이 507,000불에 낙찰이 된다(도표1). 얼핏 봐도 기법적으로 정교하지 않고 거칠어서 흡사 고대 벽화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이 경매 기록에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에게 생소한 작가의 완성도 없는 작품이 높은 가격에 낙찰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훗날 미술사의 한 쟝르/사조가 새로 만들어지는 신호탄인가를 가늠할 수 있을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Bill Traylor, Man on White, Woman on Red / Man with Black Dog(recto), 1939-42. Courtesy of Christie’s.  [사진=저자 제공 ]
Bill Traylor, Man on White, Woman on Red / Man with Black Dog(recto), 1939-42. Courtesy of Christie’s. [사진=저자 제공 ]

노예로 태어난 Bill Traylor는 85세가 될 때가지 작품을 그리지 않았다. 95세에 세상을 뜨기 전까지 10년간 그는 약 1천점 이상의 작품을 남겼다. 판지 뒷면에 그려진 그림에는 그가 70년간 알라마바 농장에서 노예로 비참하게 지냈던 시절을 회상하며 그 때의 이야기와 사람들, 꿈에 대한 것이 담겨 있다. 노예들의 억압된 삶을 대변해주는 가축도 작품의 주제로 등장한다.

1949년 세상을 뜨고 나서도 전혀 관심을 받지 못했던 그의 작품은 1970년대에 들어서, 한 때 그가 작품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던 작가 부부의 노력으로 세상에서 빛을 보기 시작한다.

1979년에 흑인문화를 연구하는 뉴욕의 한 기관이 “Bill Traylor 1854–1974, Works on Paper” 라는 전시와 함께 그의 작품을 소장하면서 단초가 된다. 뒤를 이어 필라델피아, 시카고의 갤러리가 작품을 소개하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1982년에 워싱톤DC의 Corcoran Gallery of Art라는 곳에서 “Black Folk Art in America 1930–1980” 라는 제목으로 전시가 열리며 세상에 이름을 내는 전기를 마련한다. 초기에 몇 백불 단위로 거래되던 가격은 1990년대 들어서 1만불대까지 올라가더니 1997년 유명 콜렉터가 소장하고 있던 작가의 작품 이 추정가 3만~4만불을 훌쩍 넘어 178,500불에 경매 낙찰되며 그 때 까지 작가의 최고가 기록을 세우게 된다.

작가에 대한 평가에 결정적 방점을 찍는 이벤트는 2018년 9월에 일어난다. 스미소니언미술관 (The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SAAM)이 그의 작품과 자료 등 200점을 모아 “Between Worlds: The Art of Bill Traylor” 라는 주제로 대규모 전시를 연 것. 방대한 작품 수와 7개월간에 걸친 전시는 그의 이름을 미국 미술사에 진입시킬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해소시키는 자리가 아니었을까 짐작할 수 있다. 전시 막바지인 2019년 2월에는 같은 장소에서 미술계의 명망 있는 학자들과 기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작가의 삶과 예술을 조명하는 세미나가 열렸고 도록도 출간이 되었다(도표2).

Bill Traylor는 20세기 미국 역사를 가장 낮은 자리에서 목도하며 불행했던 노예의 삶을 살았던 작가다. 스스로 배운(self-taught) 그림 기술로 생의 마지막 10년간 치열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예술가 Bill Traylor를 20세기 미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평가한 미술사적 조명은, 스미소니언미술관 전시가 끝나던 같은 해인 2019년에 가장 영향력 있는 갤러리 중의 하나인 David Zwirner가 그의 개인전을 열면서 ‘마켓’의 문까지 활짝 여는 신호탄으로 이어진다.

The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전시 당시의 도록 [사진=저자 제공 ]
The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전시 당시의 도록 [사진=저자 제공 ]

주류 미술에 편입되지 않는 자유로운 작가 정신 담아

앞에서 언급된 Folk 아트, black folk 아트는 아웃사이더 아트(outsider art)라는 영역에 포함된다. ‘아웃사이더’가 사회나 특정 집단에 소속되지 않고 그 범위 밖에 있는 이방인이라는 뜻이니 아프리카에서 강제 이주해 살았던 흑인 노예들을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웃사이더 아트의 본 뜻은 주류에 편입되지 않은 표현 기법과 자유로운 작가 정신에 무게를 두고 출발했다.

아웃사이더 아트의 사전적 정의는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기성 예술의 유파나 지향에 관계없이 창작한 작품을 가리킨다. 아웃사이더 아트라는 용어는 예술 평론가인 로저 카디널이 고안했는데, 프랑스의 화가 장 뒤뷔페가 전통적 문화 바깥에서 만들어지는 예술을 나타내기 위해 만든 단어인 아르 브뤼(art brut)의 번역어로서 만들어졌다. 프랑스어로 살아있는 미술, 원생미술을 뜻한다. 뒤뷔페는 주류 문화가 예술의 새로운 발전을 동화시킴으로써 비주류에 내재된 능력이 거세되고 그 결과, 진정한 표현이 질식사 당한다고 우려했다. 아르 브뤼는 이 문제에 대한 그의 대안이었다. 작가들 그 자신이 동화되려 하지 않거나 동화될 수 없기 때문에, 아르 브뤼만이 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흡수당하거나 동화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시 뒤뷔페가 포커싱했던 분야는 정신병원이나 수용소에서의 예술이었는데 아웃사이더아트는 이제 미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았던 일반인이 스스로 배워서(self-taught) 그린 작품을 아우르는 의미로 개념 확장을 완료했다. 아웃사이더 아트는 주류 시장에 식상했던 미술 전문가 집단과 애호가들의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는 대체재로 부상해왔다.

유럽이나 미국을 중심으로 사회 비주류에 대한 인권 확장과 법제도적 장치에 대한 배려를 촉구하는 사회적 담론이 커가는 분위기 속에서 아웃사이더 아트는 자연스럽게 성공적인 아트 마케팅 분야로도 부상해왔다. 새로운 사조와 시장이 만난 것이다. 그 상징적 사건이 올 해 뉴욕에서 열렸던 아웃사이더아트페어에서 일어났다. 무라카미다카시가 등장한 것이다.

‘니가 왜 여기서 나와.’

다음 글에는 무라카미 다카시가 왜 나왔는지를 포함해 시장 관점에서 아웃사이더아트를 좀 더 알아보기로 한다.

김종범 디인베스트랩 대표
김종범 디인베스트랩 대표

◇김종범 디인베스트랩㈜ 대표는 기업 투자, 문화컨텐츠 투자, M&A 자문 전문가이다. '미술 경계인'으로서 객관적 시각으로 20년간 경험한 미술 콜렉션 노하우를 공유 중이다. 인스타그램 @artinvestlab, 이메일 jb23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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