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성진우 기자] 올 4분기 들어서도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폭탄'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실적에도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모습이다. 미국 국채 금리 방향과 대형 반도체주 주주환원 규모가 4분기 외인 수급 정상화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지분율 금융위기 수준 급락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 시장에서 총 6조234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이 4조2550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되는 수급 흐름이다. 기관 순매도 3조80억원의 2배가 넘는다.
외국인이 올해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한 규모는 총 184조345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순매도 규모(4조9480억원)의 36배 수준이다. 특히 코스피에서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약 187조510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에선 2조19억원을 사들였다.
삼성전자의 외인 투자자 비율은 미국발 금융위기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직전 거래일(8일) 기준 외인의 삼성전자 보유 비율은 46.38%로 연초 대비 6%포인트(p)가량 급락했다. 2008년 1월11일(46.35%) 이후 약 18년9개월 만에 최저치다. 2023년부터 외인 비율 50% 이상을 유지하던 SK하이닉스도 45.95%까지 낮아진 상태다.
'실적 모멘텀' 밀어낸 '금리 경계심'
외국인 투자자들은 실적 반등으로 반도체 '피크 아웃' 우려가 일부 해소된 상황에서도 국내장 복귀를 망설이고 있다. 국내 대형 반도체주가 호실적을 냈지만 글로벌 금리 부담이 가중된 탓이 크다.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지면 기술주 주가는 하방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린 후 시장은 추가 긴축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앞서 발표된 고용지표는 긍정적이나 여전히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고 수준이다. 이달 초 장중 5.34%까지 오른 뒤 진정됐지만 여전히 5.2%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미국 9월 소비자물가(14일)와 생산자물가(15일)가 발표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0월 금리 인상 확률은 크게 낮아졌지만 발표될 물가 지표는 금리 인상 우려를 재개할 또 하나의 큰 변수"라며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불안감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증권가는 반도체 업황 호조만으로 외국인 수급 방향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한다. 국내 시가총액 비중이 높고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고파는 종목이지만 매크로 악재 속 미래 이익 체력에 대한 시장의 의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38% 증가한 107조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익 전망치는 전년비 6배가 넘는 약 77조원 수준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현재 높은 이익 수준이 상당 부분 예상됐던 만큼 이번 실적만으로 내년 이후의 이익 전망과 외국인 포지션이 크게 달라지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좋은 실적만으로 수급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란 점이 재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후에는 다음 분기의 이익이 얼마나 더 늘어날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요구도 높아진다"며 "향후 증가세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은 주가 부담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높은 금리는 같은 이익에 부여할 수 있는 가치를 제약한다"고 덧붙였다.
수급 정상화 변수, '금리 하방·주주환원'
시장에서는 긴축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돼야 외국인 수급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S증권은 미 국채 금리가 현 수준과 유사했던 과거 구간을 분석한 결과 10월 말 FOMC 이후부터 12월 회의 이전에 10년물 금리가 고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10월 동결 이후 12월 FOMC에서 인상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동결이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우혜영 연구원은 "시장이 다소 과도하게 연준의 금리 인상을 선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10월 동결 결정 시 금리 하방 압력이 점차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반도체주의 추가 주주환원도 외인 복귀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이달 말 확정 실적 발표와 함께 주주환원책을 추가로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SK하이닉스도 지난 8월 말 공시를 통해 주주환원 규모를 기존 '기존 누적 잉여현금흐름(FCF) 50% 범위 내'에서 '50% 이상'으로 확대한 바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의 최근 3개년 주주환원 잔여 재원을 110조원으로 가정하면 현금배당 70조~80조원과 자기주식 소각 30조~40조원이 가능할 것"이라며 "차기 주주환원 정책에서는 기존 기준인 FCF 50%를 넘어서는 환원도 가능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성진우 기자(politpeter@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