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유럽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이 프랑스 파리에서 펼쳐졌다. 유럽 업체들은 주력 모델과 콘셉트카를 대거 내놓으며 안방 수성에 나섰고, 중국 업체들은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해 신차와 현지 사업 확대 전략을 앞세웠다.
8년 만에 파리 무대로 돌아온 현대자동차는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 상용차를 공개했다. 기아도 하이브리드 SUV와 고성능 전기차, 목적기반모빌리티(PBV)를 함께 전시하며 유럽 고객층 확대에 나섰다.

'2026 파리모터쇼'가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60개 이상의 자동차 제조사가 참가한다.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해 르노그룹과 스텔란티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유럽 주요 업체가 전시장을 채웠다. 중국에서는 BYD와 체리, 지커, 리오토, 샤오펑 등 20개 브랜드가 참가했다.
올해 전시는 단순히 새로운 전기차를 소개하는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함께 확충하고, 전동화 적용 범위를 승용차에서 사업자용 상용차로 넓히려는 움직임이 뚜렷했다.
인공지능(AI)과 차량용 소프트웨어도 별도의 기술 전시물이 아니라 신차의 사용 편의성과 상품성을 설명하는 핵심 요소로 등장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주행거리와 충전 성능뿐 아니라 차량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AI 비서와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함께 강조했다.

안방 지키는 유럽…20개 브랜드 앞세운 중국
프랑스에 기반을 둔 르노그룹과 스텔란티스는 대규모 전시 공간을 마련하며 안방 수성 의지를 드러냈다.
르노그룹은 르노와 다치아, 알핀 등 3개 브랜드를 통해 차량과 콘셉트카 50대를 전시했다. 이 가운데 6개 모델은 이번 행사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르노의 'E-스페이스 콘셉트'는 넓은 실내와 다목적 활용성을 강조한 전기 콘셉트카로, 전동화 시대의 가족용 차량에서 실내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메간 E-테크 일렉트릭은 배터리와 충전 성능을 개선하고 구글 제미나이를 활용한 AI 기능을 도입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외관이나 동력 성능뿐 아니라 실제 차량을 이용하는 과정의 편의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스텔란티스는 알파로메오와 시트로엥, DS오토모빌, 피아트, 란치아, 오펠, 푸조, 립모터 등 8개 브랜드를 내세웠다. 콘셉트카 9종을 포함해 60대가 넘는 차량을 전시하며 향후 제품 개발 방향을 제시했다.
시트로엥의 소형 전기차 콘셉트와 DS N°7, 피아트 그리즐리, 란치아 감마, 오펠 코르사 GSE 등이 주요 전시 모델로 이름을 올렸다. 스텔란티스는 가격 접근성을 높인 소형 전기차를 통해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중국 업체들의 참여도 확대됐다.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는 20개로 2024년 행사의 두 배 수준이다. 기존 참가 업체인 BYD와 체리에 더해 아이토와 아바타, 리오토 등 유럽 소비자에게 아직 낯선 브랜드까지 파리 무대를 찾았다. 중국 업체들은 순수전기차뿐 아니라 유럽 시장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제품군도 함께 앞세웠다.
이들의 공세는 차량 공개에만 머물지 않는다. 광저우자동차그룹(GAC)은 이번 행사에서 유럽 현지화 전략을 제시했다. 체리는 프랑스 판매망 출범을 참가 소개에 담았고, 오모다·재쿠도 현지 딜러망을 강조했다. 신차를 알리는 것과 함께 판매·서비스 기반을 갖추는 단계로 경쟁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업체들의 유럽 진출 경쟁이 차량을 전시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단계에서 실제 판매와 사후서비스 기반을 구축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기아, SUV부터 고성능 EV·전기 밴까지
현대차와 기아는 다양한 동력원과 차급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며 고객층 확대에 무게를 뒀다.
현대차는 이번 행사에서 새로운 B세그먼트 SUV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C세그먼트 SUV를 유럽 최초로 선보였다. 소형과 준중형 SUV 수요가 큰 유럽 시장을 겨냥해 핵심 제품군을 동시에 보강한 것이다.
전기 경상용차 '스타리아 카고'도 공개했다. 스타리아 카고는 사업자와 전문 사용자를 겨냥해 전기차의 주행 성능과 적재 공간, 실용성을 결합한 모델이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유럽 전기 경상용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셀토스 하이브리드를 유럽에서 처음 공개했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국가와 소비자마다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하이브리드 SUV로 선택지를 넓히려는 전략이다.
고성능 전기차 제품군도 전면에 내세웠다. EV3 GT와 EV4 GT, EV5 GT, EV6 GT, EV9 GT 등 5종을 한자리에 전시해 소형부터 대형 SUV까지 이어지는 고성능 전기차 제품군을 강조했다.
전기 PBV인 PV5 카고와 PV5 7인승 모델도 선보였다. PV5 카고는 물류와 배송 등 사업용 수요를, 7인승 모델은 가족과 승객 운송 수요를 겨냥한다. 하나의 전기차 플랫폼을 이용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하는 PBV 전략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상용차는 이번 모터쇼의 주요 경쟁 분야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르노는 사업자용 브랜드 ‘르노 프로플러스’를 통해 경상용차와 특장 솔루션, 관련 서비스를 소개했다.
현대차·기아의 전기 밴과 함께 적재능력과 충전시간, 용도별 공간 활용성 등이 주요 경쟁 요소로 부각됐다. 전동화 경쟁이 개인의 출퇴근용 승용차를 넘어 물류와 배송, 승객 운송에 사용되는 사업용 차량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소프트웨어 경쟁도 본격화했다. 현대차는 신형 투싼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와 생성형 AI 음성비서 '글레오 AI'를 적용했다. 부품업체 발레오도 AI와 차량용 소프트웨어 통합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파리 모터쇼 조직위원회 역시 AI가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주요 콘퍼런스 의제로 선정했다.
올해 파리 모터쇼는 전기차 신모델의 숫자만 겨루는 무대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유럽 업체들은 가격과 상품성을 강화한 신차로 안방을 지키려 하고, 중국 업체들은 현지 판매망과 서비스 기반까지 넓히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파리=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