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한화엔진이 경쟁사 STX엔진의 숙련 기술인력을 집중적으로 데려갔다는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차세대 친환경 중속엔진을 만들어 본 인력 13명이 네 차례에 걸쳐 한화엔진으로 옮겼다는 주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인력 유인에 해당하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의원은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현장조사와 디지털 포렌식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STX엔진 직원 13명이 네 차례에 걸쳐 한화엔진으로 옮겼다. 인재 영입을 맡던 인사담당자가 먼저 이직했다. 이어 설계·조달 인력이 옮겼고, 시운전 인력이 뒤따랐다.
김 의원은 "엔진을 설계하고, 부품을 사 오고, 만들고, 시운전하는 순서 그대로 사람을 빼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용 과정도 문제로 삼았다. 한화엔진이 채용공고를 내기 전부터 STX엔진 설계 책임자에게 직접 연락해 처우를 제시했다는 의혹이다. 일부 이직자는 퇴직 전 핵심 기술자료를 출력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김 의원은 "공고도 내기 전에 경쟁사 핵심인력에게 조건을 내걸고 유인하는 것은 정상적인 채용이 아니라 인력탈취"라고 말했다.
STX엔진은 선박용 엔진 전문기업이다. 국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요가 늘고 있는 친환경 중속엔진을 3년여 동안 개발해 왔다. 원천 설계는 해외 기업이 갖고 있다. 다만 설계를 바탕으로 부품을 조달하고 조립·시운전을 거쳐 엔진을 완성하는 제작 기술은 STX엔진이 쌓아 온 자산이다. 김 의원 측은 국내에서 이 엔진을 직접 만들어 본 곳은 STX엔진뿐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엔진은 이 분야 후발주자다. 공장을 새로 짓고 설계 라이선스를 확보했지만, 엔진을 직접 만들어 본 숙련 인력은 부족했다는 게 김 의원 측 설명이다.
김 의원은 "경력 엔지니어라도 중속엔진 제작 기술을 익히려면 통상 3~4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숙련된 인력을 데려가면 그 기간과 비용을 고스란히 아낄 수 있다"고 했다.
피해 규모도 제시했다. 김 의원 측에 따르면 해당 인력은 20명에서 13명으로 줄었다. STX엔진은 이로 인해 약 2200억원 규모의 수주 기회를 잃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다른 사업자의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채용해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금지한다. 김 의원은 "한화그룹 계열사를 둘러싸고 기술탈취에 이어 인력탈취 의혹까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도 사람도 빼가면 어떤 기업도 버틸 수 없다"며 "공정위가 엄정하게 조사해 분명한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유용 사례를 들어 공정위의 신속한 조사를 요구했다. 기술에 이어 인력까지 공정위 제재 대상으로 다뤄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