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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인사] 이창호 inews24 대표


''다사다난(多事多難)'' 이라는 말이 이처럼 어울리는 해가 또 있을까.

바로 2002년을 이르는 말입니다. IMF 체제보다 더 심하다는 혹독한 불황, 그 속에서 한순간이나마 모든 것을 잊게 해주었던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 그리고 한반도를 강타한 ''대선'' 열풍. 이 모든 것이 이제 먼 이야기가 됐습니다.

모두가 어려웠지만 특히 IT업계에 있어 2002년은 그야말로 최악의 해였습니다. 경기는 얼어붙었고 자금 시장에도 찬바람이 돌았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뼈를 깎는 긴축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일부는 안타깝게도 대오에서 탈락하기까지 했습니다.

불과 2~3년전만해도 화려했던 IT의 모습은 이제 너무도 초라하게 변해버렸습니다. 심지어 IT가 대한민국을 이끌고 나갈 것이라던 사람들마저 ''구관이 명관'' 이라며 전통산업으로 눈을 돌리는 사태에 직면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일은 IT산업이 각종 비리의 온상처럼 일부에 비쳐지면서 모든 것이 폄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02년 들어 벤처비리가 잇따라 적발되는가 하면 아예 모든 벤처기업이 이같은 비리를 안고 있어 대수술이 불가피한 것처럼 ''싸잡아'' 매도당하는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벤처기업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도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해외에서 날라 오는 뉴스가 바로 그것입니다. 수많은 외국 정부와 언론들이 ''한국의 인터넷산업이 세계 최고'', 또는 ''한국은 세계 IT산업의 테스트베드''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한국 IT산업의 성장을 경이적으로 바라봅니다.

우쭐한 심정도 잠시. 수많은 건전 벤처기업들은 한국의 IT산업을 극찬하는 해외의 보도와 국내 현실을 동시에 바라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해외에서는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죄인 취급을 받는 현실을 못 견뎌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의기소침한 현실 속에서도 한국의 벤처는 희망의 빛을 발견합니다. 무엇보다 벤처정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했고 거듭 재확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벤처정신이 무엇입니까. 기존의 짜여진 틀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일어나는 힘이 바로 벤처정신 아닙니까.

그 벤처정신이란 것이 벤처기업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어느새 사회전반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보며 우리는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무엇보다도 월드컵 기간 중에 보여줬던 붉은 악마의 열기가 그렇습니다. 노무현씨의 대통령 당선 과정도 우리 벤처기업의 성장 과정을 꼭 빼 닮았습니다. 스스로 미쳐 무언가를 하다보니 벤처와 벤처정신이 어느새 큰 힘을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최악의 경기 속에서도 2002년은 한국 인터넷산업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수확을 주기도 했습니다.

대선 과정이나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고에서 보여준 네티즌들의 뜨거운 열기는 인터넷과 IT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실감나게 합니다. IT는 더 이상 특별한 기술이나 산업이 아니며 이제는 사회시스템을 운용하는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IT산업이 재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도처에 성숙돼 있는 셈입니다.

불황의 터널을 지나며 강철같은 체질을 얻게 된 것은 지난 3년이 준 수확입니다. 지난 3년간 불황의 터널을 지나면서 우리의 체질은 강철처럼 단단해졌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면역성을 갖췄습니다.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는 현 경제상황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불황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희망을 느낍니다. 터널이 깊을수록 끝이 가까워졌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2003년 새해는 IT가, 바로 벤처가 재도약하는 시발점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았을 때 준비를 해야 합니다. 모두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러 나갑시다. 앞장은 inews24가 서겠습니다.

/ 이창호 inews24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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