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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3·4세 전면 '새출발'⋯특명은? [창간기획]


롯데 신유열·한화 김동선·GS 허서홍 등 신사업 발굴 나서
초고속 승진으로 '날개'⋯경기불황 속 돌파구 마련 공통과제

혹한의 '트럼피즘' 시대를 맞아 기업들의 성장전략이 주목된다. 꽃샘추위가 봄을 가로막을 듯 기세등등해도 결국 산수유 꽃은 피고야 마는 것처럼, 기업들은 어느때보다 험난한 역경을 이겨낼 비책을 꺼내 결실을 맺어야 한다. 창간25주년을 맞은 아이뉴스24는 새로운 사반세기를 향해 출발하면서 기업들이 펼치는 새 출발 성장전략을 조명해본다.[편집자]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주요 기업 오너 3·4세의 전면 배치가 도드라진다. 급변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젊은 리더들의 전략이 주목된다.

(왼쪽부터)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 김동선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허서홍 허서홍 대표이사 부사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 김동선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허서홍 허서홍 대표이사 부사장. [사진=각 사]

2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통기업 1970년~1980년대생 오너 3·4세들이 임원 자리에 오르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길어지는 경기 불황과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새 먹거리를 발굴하고,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공통적인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성과를 내기 힘든 상황이지만,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돌파구를 찾는다면 역량을 입증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뉴롯데' 키 잡은 신유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그룹의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의 방향키를 쥔 건 신 회장의 아들인 1986년생 신유열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이다. 그는 2022년 롯데케미칼 상무에 임명된 이후 2023년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과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를 거쳐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업계에서는 신 부사장이 불과 2년 만에 임원 자리에 오른 만큼 막중한 책임감 속에 성과를 내면서 능력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 회장이 5년 만에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복귀하는 등 여전히 경영 일선에 서고 있지만, 신 부사장도 주요 사업 현장에서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롯데 바이오로직스 생산공장 조감도. [사진=롯데 바이오로직스]

신 부사장은 미래성장실장으로서 신사업을 키워내는 게 핵심 과제로 꼽힌다. 최근 롯데는 건설·화학·유통 등 핵심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신성장 사업으로 '바이오'를 점찍고,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등에 힘을 주고 있다. 신 부사장 입장에서는 바이오 사업이 그룹 후계자로서 능력을 입증할 핵심 무대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바이오 사업의 성과를 승계 작업과 연결 지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신 부사장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롯데지주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 현재 지분율은 0.02%(1만6416주)에 불과하지만, 아직 30대임을 고려하면 점차 지분을 늘려갈 가능성이 크다.

'과감한 베팅' 한화의 막내아들 김동선

'유통 오너 3세 시대'에 존재감 면에서 가장 앞선 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인 1989년생 김동선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은 최근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비롯한 그룹 신사업의 새 판 짜기에 나선 모습이다. 현재 지분 16.85%를 보유하며 실질적인 경영을 맡고 있다.

김 부사장은 임원 자리에 오른 뒤 식음(F&B) 사업을 중심으로 자신의 경영 능력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3대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한국에 들여오고, 일본 현지에 법인도 설립했다. 최근에는 단체급식업체 아워홈에 자금 8700억원을 깜짝 베팅하며 빅딜을 이뤄냈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아워홈 경영권 인수를 위해 전국 사업장을 둘러보는 등 실사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1호점인 파이브가이즈 강남에서 김동선(가운데) 부사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케이크 커팅식을 하고 있다. [사진=에프지코리아]

이는 본격적인 그룹 승계 작업에 앞서 자신이 맡은 유통 부문의 파이를 키우려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큰형이자 방산·화학 사업을 맡은 김동관 부회장과 둘째형 한화생명 김동원 글로벌최고책임자(CGO)와 비교하면 김 부사장의 유통 부문은 상대적으로 매출 규모가 작은 편이다.

김 부사장의 신사업 추진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본업인 백화점 경쟁력은 약화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31억원으로 전년 대비 68.1% 쪼그라들었다. 당기순손실도 188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갈 길 바쁜데 개인정보 유출까지"⋯시험대 오른 GS 허서홍

GS리테일은 지난해 말 급변하는 리테일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오너 4세 허서홍 대표이사 부사장을 전격 발탁했다. 1977년생인 허 대표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이자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5촌 조카다.

업계에서는 '오너가 4세 등판'이라는 이른 세대교체 배경으로 본업 부진을 지목한다. 신성장 동력 발굴과 투자전략을 지휘해 온 경험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편의점사업부(GS25)의 반등이 주요 과제다. 지난해 국내 의점 매출 1등 자리를 가까스로 지켰지만, 성장 폭에서 BGF리테일의 CU에 뒤지며 격차가 1000억원대 미만까지 좁혀졌다. 2019년 9000억원에 달했던 GS25와 CU의 매출 격차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왼쪽부터)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 김동선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허서홍 허서홍 대표이사 부사장. [사진=각 사]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오른쪽에서 세번째)가 베트남 응우엔 황 뚜엉 손킴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네번째)과 양사 관계자들이 GS25HA TRUNG(하트렁)점 오픈식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GS25]

이에 GS25는 베트남·몽골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며 위기 돌파에 나섰다. 최근에는 베트남 진출 7년 만에 하노이에 첫 매장을 열었다. 올해 하노이를 거점으로 북부 지역에 40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하고, 오는 2027년 70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TV 시청 인구 감소로 인한 업황 부진 등 홈쇼핑사업부(GS샵)도 고민거리다. 투자를 단행한 쿠캣, 요기요 등 적자를 기록 중인 사업에 대한 포트폴리오 재정비도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덥친 격으로 이달 '고객 158만건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향후 사업을 펼칠 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빠른 임원 승진⋯'날개' 달아준만큼 성과 낼지에 주목

기업들이 후계자를 일찌감치 점찍는 건 승계를 위한 과정이다. 오너가에서 점찍은 인물을 주요 부서에 중용해 성과를 강조하는 수순이 보편적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가 입사해 임원으로 승진하기까지 평균 4.4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직원과 비교하면 18.1년 빠르다. 일반 사원들이 '대리'급을 달 때 임원 배지를 손에 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오너들은 대부분 신사업을 하는 부서에 배치되는 공통점이 있는데, 여기서 성공하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영 수업'이 되는 것"이라며 "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며 젊은 감각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이들의 행보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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