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삼양식품이 해외 매출 '1조원 시대'를 열면서,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라면 문법을 깬 '불닭볶음면'의 출시를 주도한 데 이어, 해외 시장 가능성을 보고 과감한 승부수를 띄운 것이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https://image.inews24.com/v1/db0d6e16832eb4.jpg)
삼양식품은 지난해 연결기준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65% 증가한 1조3359억원을 기록했다고 18일 공시했다. 삼양식품 해외 매출이 1조원을 넘긴 건 창사 이래 처음이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국내 식품기업 중 이례적인 수치다. 불닭볶음면을 필두로 한 불닭 브랜드의 글로벌 인기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끌었다.
영업이익은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34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3%나 증가했다.
불닭볶음면은 김 부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11년 초 우연히 방문한 명동 매운 음식점에서 젊은 손님들이 '스트레스 풀린다'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강렬한 매운맛을 라면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이후 마케팅 부서,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전국의 유명한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들을 찾아 직접 맛을 봤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매운맛을 찾기 위해 청양고추, 하바네로고추, 베트남고추, 타바스코, 졸로키아 등 세계 여러 지역의 고추를 혼합해 최적의 소스 비율을 찾았다. 매운소스 2톤, 닭 1200마리를 투입해 약 1년간 연구개발한 끝에 불닭볶음면이 세상에 나왔다.
출시 초기 국내 매출은 월 7억~8억원 수준이었다.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며 출시 1년 만에 월 3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대세'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기점이 된 건 2016년께 SNS에서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에 도전하는 'Fire Noodle Challenge'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다. 초기 매운맛에 익숙한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주·유럽 시장 등으로 인기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현재까지 불닭볶음면 누적 매출은 4조원, 누적 판매량은 70억개에 달한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https://image.inews24.com/v1/11a46b2d96f3fd.jpg)
다만 불닭볶음면의 유행을 단순한 행운으로 치부할 순 없다. 내수 의존적이었던 삼양식품을 수출기업으로 변모시킨 김 부회장의 승부수가 결정적이었다.
삼양식품은 지난 2016년 불닭볶음면이 유튜브를 통해 해외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하자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고 불과 2년 만에 80여 개국에 판로를 뚫었다. 이 과정에서 김 부회장은 1년에 평균 100~120일가량 출장 일정을 소화하며 해외 사업을 꼼꼼히 챙겼다.
급증하는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9년 경상남도 밀양시에 신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하고, 총 2400억원을 투입해 30년 만에 신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해외판매채널 효율화를 위해 2019년 일본 도쿄, 2021년 중국 상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2023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2024년 네덜란드에 각각 현지판매법인을 설립해 밀양신공장과의 시너지 창출을 도모했다.
해외사업 성장세가 가속화되자 지난 2023년 1838억원을 투자해 밀양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오는 5월 밀양2공장이 완공되면 삼양식품의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18억개에서 25억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첫 해외생산기지 설립 계획도 밝혔다.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중국 자싱시에 설립할 예정이며, 중국 내수 물량을 전담하는 공장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주요 외신도 김 부회장의 '불닭 신화'에 주목하며 관련 내용을 대서특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김 부회장을 집중 조명하며 "500억달러(약 66조원)의 인스턴트 라면 시장을 뒤흔든 여성"이라고 평가했다. LA타임스는 '아주 매운 라면이 어떻게 한국 라면을 개척한 회사를 구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해 삼양식품과 불닭볶음면의 성공 스토리를 풀어냈다. 김 부회장의 그의 아들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상무의 인터뷰도 담겼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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