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20년 넘도록 월급이 단 한 번도 밀린 적은 없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서울의 홈플러스에서 직원이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53af64e9a09321.jpg)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이곳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의 불안감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정상적인 영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매장 직원들과 입접업체 점주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매달 21일에 임직원 급여를 지급한다. 기업회생절차 돌입 이후 첫 월급날을 앞둔 직원들 사이에서는 급여가 제때 지급될지, 최악의 경우 퇴직금은 괜찮은지 등을 걱정하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홈플러스에서는 직영직원 약 2만명에 직간접적인 협력업체까지 더하면 약 10만명 정도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홈플러스 직원은 "제때 월급을 받지 못한 적은 없는데, 기업회생 과정에서 안 좋은 변수가 생기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며 "최근에는 사측이 노조와 임금 협상을 할 때 더 이상 돈을 빌려올 데가 없다라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토로했다.
현재 홈플러스가 정상적인 운영을 하기 위해 매달 필요한 돈은 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중 임직원 월급은 약 560억원 수준이다. 이와 함께 평균 3000억원 수준의 납품 대금과 임대료, 기타비용 등이 빠져나간다.

홈플러스에 입점한 일부 테넌트(입점업체) 점주들은 불안감이 커지며 홈플러스 결제 단말기 대신 개인 단말기를 설치한 사례도 등장했다. 대부분의 테넌트가 1월분 대금을 뒤늦게 받긴 했지만, 이후 정산금을 떼일 것을 우려한 점주들의 자구적 조치다.
홈플러스는 일부 점주들에게 오는 28일부터 2월 판매대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점주들 사이에서는 1월처럼 정산이 차례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홈플러스 대다수 테넌트는 물품·서비스 판매 대금을 홈플러스에 보낸 뒤 임차료와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익월 30일에 정산받는 구조다.
단 개인 단말기 사용을 두고 홈플러스 측과 입점 계약 위반에 따른 분쟁으로 비화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확한 매출 파악이 안 돼 수수료 정산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점주들은 매장 정상화 시점까지 개인 단말기를 사용하고 임차료만 내는 특약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정산과정의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회사 포스를 사용해 주시기를 권유하고 있다"며 "혹시 다시 지급이 지연되지 않을까라는 입점점주들의 불안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는 이상 없이 대금 변제 계획에 따라 순차적인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오전 기준 협력사 납품 대금과 테넌트 정산금 등으로 변제한 상거래채권 지급액은 3780억원이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사재를 내놓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출연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두고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홈플러스 사태가 심각해지고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MBK가 급하게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 실패를 인정하고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충분한 사재 출연과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