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이 화장품은 30만원짜리 오리지널 상품이랑 향까지 똑같네요. 요즘 같은 불경기에 가성비가 뛰어난 대안 제품을 찾는 재미도 쏠쏠해요."
![샤넬의 N°1 DE CHANEL 레드 까멜리아 세럼(왼쪽)과 아방쥔 윈터 까멜리아 세럼. [사진=와이레스]](https://image.inews24.com/v1/7bfe93ad264c1c.jpg)
지난해 말 국내와 미국에 뷰티 플랫폼을 론칭한 '와이레스(YLESS)'는 최근 '아방쥔 윈터 까멜리아' 라인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이름과 겉보기에 명품 뷰티 브랜드 '샤넬'의 'N°1 DE CHANEL 레드 까멜리아' 라인과 닮았다. 실제로 와이레스는 샤넬 제품과 유사하고, 비교할만한 수준의 원료를 넣었다. 제형과 기능을 넘어 향까지 비슷하게 담기 위해 프랑스 전문 향료 업체를 찾아다니며 만든 제품이다. 가격은 샤넬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고물가 기조에 가성비를 좇아 대체품을 찾는 '듀프(Dupe)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듀프는 복제라는 뜻을 가진 '듀플리케이션'(Duplication)의 줄임말이다. 대체로 고가 브랜드 상품의 성능을 모방하는 식인데, 가격은 오리지널보다 훨씬 저렴한 게 특징이다. 제품을 그대로 베끼는 '짝퉁'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듀프 전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건 뷰티 상품이다. 대표적으로 와이레스는 듀프 전용 카테고리인 '윙크' 라인을 통해 다양한 대체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윙크라는 이름도 마치 도전자가 챔피언에게 윙크하는 모습에서 따 왔다. 최대한 오리지널 제품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구현한다. '에스티로더 갈색병'에 도전장을 내민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바이브 세럼' 등이 대표적이다.
![샤넬의 N°1 DE CHANEL 레드 까멜리아 세럼(왼쪽)과 아방쥔 윈터 까멜리아 세럼. [사진=와이레스]](https://image.inews24.com/v1/d143e50b4dfed8.jpg)
뷰티업계가 듀프 상품을 힘을 주는 이유는 값이 싸면서도 양질의 제품을 찾는 과정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소비 경험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젊은 층들 사이에서는 '저렴이 버전', 'OO맛', '명품 스타일' 등이라며 정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는데, 입소문을 타면 '오픈런' 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앞서 다이소에서도 3000원짜리 손앤박 '컬러밤'이 6만원대 샤넬 '립 앤 치크밤'과 닮아 유명해지면서 품절 대란이 벌어졌다.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유니클로도 르메르, 질샌더 등 유명 해외 브랜드 디자이너와 협업해 기존 럭셔리 패션 브랜드와 비슷한 느낌의 상품을 선보이며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샤넬의 N°1 DE CHANEL 레드 까멜리아 세럼(왼쪽)과 아방쥔 윈터 까멜리아 세럼. [사진=와이레스]](https://image.inews24.com/v1/a2ded0470647f3.jpg)
기존 브랜드의 유사 제품이라는 점에서 짝퉁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단 법 테두리에서 듀프 제품이 지식 재산권 등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브랜드 로고·디자인을 복제하거나 특허 기술을 그대로 사용하면 불법이지만, 듀프 제품 대부분은 유사한 특징만 강조한다.
예를 들어 화장품의 경우 짝퉁처럼 포장지, 병 모양 등을 모조리 베끼는 게 아니라, 자체적인 패키지를 제작하되 제형·성분만 비슷하게 만드는 식이다.
듀프 제품을 출시한 업체 관계자는 "혹시 모를 논쟁에 대비해 마케팅 과정에서 모방한 브랜드의 이름이나 상품을 거론하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이 오리지널 제품이 연상될 정도의 성능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능동적인 소비 행태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구매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던 짝퉁과 달리 듀프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이를 공유하는 등 거리낌이 없다.
다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의 위험이 따른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소위 명품 브랜드들이 듀프 제품에 대해 큰 대응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성립한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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