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대피 중 전복된 트럭 운전자 구한 父子…"사람부터 살려야 했다"

[아이뉴스24 김효진 기자] 안동 산불 현장에서 대피하던 부자(父子)가 전복된 트럭에 갇힌 이웃 주민을 구한 일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30일 경북 안동경찰서 등에 따르면 김지영(48) 씨는 지난 25일 오후 6시경 안동시 풍천면 광덕리 본가로 향하던 중 2m 깊이의 논두렁에서 추락해 전복된 트럭을 발견했다.

먼발치에서 보기에도 심하게 찌그러진 차체에서는 사람을 구조하거나 구출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

당시는 의성에서 발화한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 중이었다. 김씨 역시 친지·지인들의 전화·문자가 쏟아지는 가운데, 부모님의 안부를 확인하고 대피를 돕기 위해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 김씨는 트럭 안에 운전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19에 신고했지만 전방위적인 산불에 소방 당국도 비상인 상황이었다.

김씨는 "아무리 소리를 쳐봐도 (트럭 운전자가) 미동도 없다가 갑자기 손가락이 움찔거렸다"며 "구조대가 오기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 아버지께 전화해 오시라고 했더니 대피를 준비하던 와중에도 흔쾌히 장비를 끌고 오셔서 구조에 나섰다"고 했다.

부자는 약 40여간 전복된 트럭과 트랙터에 로프를 연결하고 대여섯 차례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면서 차를 바로 세웠다. 이어 공간이 생긴 틈을 타 트럭 운전자 A(70대)씨를 구조했다.

김씨의 부친인 김처수(80)씨는 "트랙터 하나로는 안 될 것 같아 다른 이웃집 주민을 1명 더 불렀다"며 "구조자 머리에 피가 나고, 오른쪽 다리가 흐물거리는데 뼈가 다 부러진 것 같았다"고 밝혔다.

김씨 부자와 이웃 1명이 A씨를 구조하는 도중에 도착한 경찰은 트럭을 부숴 A씨를 꺼내는 작업을 도왔다. 이후 도착한 구조대에 인계해 A씨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경찰조사 결과 A씨 역시 풍천면 주민으로 대피를 준비하느라 급히 이동하다 트럭 핸들을 놓쳐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지영 씨는 "갑작스러운 재난에 정신이 없었지만 일단 사람부터 살려야 했다"며 "이튿날 A씨의 아들이 제 연락처를 수소문해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