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한화그룹이 본격 3세 경영 시대를 알렸다. 김승연 회장은 자신이 보유 중인 ㈜한화 지분을 삼형제에게 증여키로 하면서 유상증자로 불거진 경영승계 목적 논란을 불식시켰다는 설명이다.
![왼쪽부터 김동선 부사장, 김동원 사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관 부회장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a3baa5920681a6.jpg)
31일 김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화 지분을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과 차남인 김동원 사장,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에게 각각 4.86%, 3.23%, 3.23%씩 증여한다고 밝혔다.
증여 이전 삼형제의 ㈜한화 보유 지분은 31.35%였으나 이번 증여 이후 총 42.67%로 11.32%포인트(p) 늘게 됐다. 세부적으로 ▲김동관 9.77% ▲김동원 5.37% ▲김동선 5.37% ▲한화에너지 22.16%다. 한화에너지는 삼형제가 지분을 100% 소유 중인 가족회사다.
김 회장의 지분은 애초 22.65%에서 11.33%로 11.32%p 줄게 됐다. 한화 측은 증여 이후 김 회장에게 남은 지분 활용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해진 게 없다는 설명도 전했다.
이번 증여로 한화그룹은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를 맞게됐다. ㈜한화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 중인 김동관 부회장을 필두로 동원·동선의 경영 체제가 안정감을 얻게됐고 삼형제의 ㈜한화 보유 지분 역시 절반에 근접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화는 방산 에너지 유통 금융 등 각 계열사의 지분을 최소 30%에서 많게는 100%까지 보유하고 있어 ㈜한화를 지배하게 되면 한화 그룹을 지배하는 것과 다름없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오션·시스템·솔루션 등 조선·방산·석유화학 계열사,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자산운용·투자증권 등 금융 계열사를 이끈다.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갤러리아·로보틱스 등 유통 분야를 맡게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증여 이후 삼형제의 사업 별로 지주사의 계열 분리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금융 계열사를 담당하는 김동원 사장의 경우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한화에서 계열을 분리하고, 유통을 맡고 있는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를 지주사로 하는 방안의 계열 분리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에너지도 최근 주관사를 선정하고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상장 이후 충분한 수준의 자금을 확보하게 되면 ㈜한화를 정점으로 하는 지주사의 계열 분리 작업도 용이해질 수 있다. 한화 측은 이와 관련해 "따로 전할 말이 없다"면서 해석의 여지를 남겨놨다.

이번 증여 결정은 앞서 불거졌던 한화에어로의 유증 논란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인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는 지난 21일 3조 6000억원의 유증을 진행키로 했는데 이 결정이 삼형제의 승계구도 강화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특히 유증에 앞서 한화에어로가 한화에너지·한화에너지싱가포르·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 3000억원에 매수하기로 하면서 승계구도에 필요한 자금을 대주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한화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신속히 해소하고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김 회장이 지분 증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화 측은 '㈜한화와 한화에너지의 합병설'과 맞물려 ㈜한화의 주식 가치를 떨어뜨릴려는 전략 등 세간의 부정적 전망을 완전히 불식했다는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와 한화에너지의 합병 계획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면서 "이번 증여 결정으로 인해 고의로 ㈜한화의 주식을 하락시키려 한다는 우려도 완전히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지분 증여로 삼형제가 납부할 증여세는 2218억원(3월4일~31일 평균 종가 기준)으로 개인 보유 자산과 증여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차입해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화 관계자는 "과세 기준 가격은 한 달 후인 4월 30일 기준 전후 각각 2개월 주가 평균 가격으로 결정된다"며 "이에 따라 주가가 낮은 시점에 증여를 결정했다거나 주식 가격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주장은 가능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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