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삼성전자가 1분기에 '갤럭시S25' 판매 호조에 힘입어 시장 기대를 크게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트럼프 관세'를 우려한 고객사들이 메모리반도체 물량 확보에 적극 나선 점도 실적 선방의 이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8일 1분기에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84% 늘었고, 영업이익은 0.15%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주요 증권사들이 예측했던 4조9000억원대를 1조7000억원이나 크게 상회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1분기 호실적을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5 시리즈의 판매 호조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과 물량 확대 등이 견인했다고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삼성전자의 사업별 영업이익으로 △반도체 8000억원 △디스플레이 5000억원 △스마트폰/네트워크 4조4000억원 △생활가전과 TV 5000억원 △하만 4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갤럭시S25는 국내에서만 최단기간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보다 앞선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효과로 풀이되며 '갤럭시AI' 개발을 주도했던 최원준 부사장이 지난달 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범용 D램 가격도 지난 2월부터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 제품인 'DDR4 8기가비트(Gb) 2666'의 현물 가격은 지난 3일 기준 1.951달러(약 2850원)로 집계됐다. 지난달 3일(1.722달러) 대비 한 달 새 13.3% 올랐다.
인공지능 서버와 고성능 컴퓨터에 주로 쓰이는 DDR5의 현물 가격도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D램의 현물 거래 가격은 시장의 심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가격의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갤럭시S25가 잘 팔렸고 수익성이 좋은 면도 있지만, 최근 트럼프 관세 리스크가 커지다보니 1분기말에 고객사와 가격 협상을 유리하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범용 D램의 경우 일부 출하량이 늘었고, 고객들도 관세를 고려해 물량을 더 확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센터장은 또 "다만 관세 부과 우려 때문에 고객사들이 선제적으로 재고를 축적한 것이라면 2분기엔 그만큼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어닝서프라이즈'라고 좋게만 평가할 단계는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예상치가 최근 과하게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4조원대 중반까지 예상치를 낮추는 곳까지 있었고, 파운드리사업부에서 3조원대 적자를 냈을 것이란 전망까지 있었는데 실제와 거리가 컸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도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에 기뻐하기 보단 2분기를 차분히 준비하는 분위기다.
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에 따라 삼성전자의 주요 생산 거점이 자리한 국가들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받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1분기 호실적을 견인한 스마트폰 생산 기지인 베트남에 상호관세 46%가 부과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1분기는 갤럭시S 시리즈가 출시되는 만큼 모바일경험(MX)사업부의 실적이 좋았다"며 "이 기세를 이어가면 좋겠지만, 2분기는 더욱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달 말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고, 투자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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