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가 9일(현지시간) 오전 0시 1분부터 공식 발효되면서 세계 경제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부터 한국을 포함한 80여개 국가에 대해 최소 10%에서 최고 50%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한다.

한국의 경우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물품에 대해 25% 관세가 부과된다. 캄보디아 49%, 베트남 46%, 태국 36%, 대만 32%, 일본 24%, 유럽연합(EU) 20% 등도 기본 관세 이상의 상호 관세가 부과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후 즉각 보복을 예고한 중국은 최대 104%의 관세를 물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지난 2일 발표했을 당시 중국의 국가별 상호관세는 34%였으나 중국이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취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50%포인트의 관세를 추가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34%에서 84%로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은 이미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에 '좀비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 차단에 대한 비협조를 이유로 20%의 관세가 부과된 상태여서 최종 관세율은 104%에 달한다.
다만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처럼 이미 품목별 관세가 적용된 제품, 반도체와 의약품 등 추가 품목별 관세를 예고한 물품들도 상호관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둔 글로벌 기업들은 각자도생에 나선 분위기다.
맥루머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3일부터 항공기 5대 이상에 아이폰, 맥북 등 제품을 실어나르고 있다.
미국 내 애플스토어에서 상호관세 발효 후 가격 인상을 우려한 소비자들의 '패닉바잉'(불안감에 의한 사재기) 현상이 일부 나타나고 있어서다.
애플의 IT 제품 대부분이 중국, 인도, 베트남 등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은 국가에서 생산되는 만큼, 소비자들이 미리 구매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방적인 관세 부과 영향으로 아이폰 원가가 1.5배 이상 오를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중국, 대만, 일본 등에서 주로 생산하는 '메모리 모듈'과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관세할증'을 고객사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마이크론이 상호관세 부담을 덜기 위해 일부 제품 가격에 할증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마이크론의 가격 인상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 반도체 전체 품목에 대한 관세가 발표되기 전이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 한 관계자는 "반도체 전체에 대한 품목 관세 등을 보고 유연하게 대응하려 한다"며 "관세를 누가 부담할지는 고객사마다 계약 사항이 다 다른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미국은 협상 의사를 밝힌 70개 가까운 국가 가운데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 우선하여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우리 정부가 미국과 협상에서 상호관세를 최대한 유리하게 끌어내릴 수 있을 지도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협력을 강조했던 조선업,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사업 등도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협상 카드'로 꼽힌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 양국의 조선 협력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큰 관심을 보여서 조선 분야가 (대미 관세 협상에서) 굉장히 중요한 협상 카드"라며 "안보 측면에서도 돈독한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있어서 굉장히 큰 신뢰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또 한국은 대미 통상 전략에서 보복보다는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복관세 형태로 대응하는 경우,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자해성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산업계도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하며 우리가 문제를 악화시켜선 안 된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서 미국과 최대한 빨리 협의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그동안 수차례 소통했지만 이번에 발표된 상호관세엔 우리가 바랐던 만큼 (한국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 안 된 것 같다"며 "다만 그간의 소통은 앞으로 협상에서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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