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인용된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aa7ebfa9d0bc67.jpg)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지난해 12월 3일 분노와 공포가 공존했던 그날 밤을 되새기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둘로 나눠진 광장을 보면 씁쓸하기만 하다.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하기엔 탄핵으로 갈라진 국민의 상처가 깊고 크다. 이번 대선이 승리보단 '국민 통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정치권은 국민 통합에 대해선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헌정 질서 수호 세력과 헌정 질서 파괴 집단의 대결"(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세력을 막아내는 게 국가 정상화의 시발점"(국민의힘) 등은 거대 양당이 이번 대선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지지층을 결집해야 하는 절박함은 알겠지만, 기자가 보기엔 국민을 더욱 양극단으로 몰아붙이는 '혐오'의 발언이다.
역대 대선이 끝나고 선출된 대통령들이 줄곧 강조해 온 단어는 '국민 통합'이었다. 그러나 문민정부 출범 이후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진정한 국민 통합을 이룬 정부가 있었나.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는 혐오의 언어가 난무했고, 상대 진영을 누르기 위한 술수가 '정치'라는 이유로 정당화 됐다. 상대만 못 찍게 하면 선거는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정가의 비정한 법칙에는 국민과 국가는 없고 집권과 정권유지만 있다.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헌재 인근 안국역을 찾았다. 기자가 만난 시민 모두 정치 방송에 나와도 손색없을 정도로 탄핵 찬성·반대 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들의 주장이 낯설기보단 익숙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국회에서 매일 듣는 정치인의 언어와 매우 흡사했다. 기자 또한 국회에서 보고 듣고 쓰는 것이 직업이니 부지불식간 정치 언어가 생활에서 묻어난다. "정치인처럼 말한다"는 지인의 지적에 만감이 교차할 때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 후 3년 만에 재개된 '왕좌의 게임'에서, 국민 마음에 상대 진영을 향한 '증오'만 남을까 걱정이다. 증오와 분단, 갈등과 불목만 남은 국가의 수장이 누가 된 들 지금과 얼마나 다를 것인가. 숨 돌릴 틈도 없이 대선으로 향하는 정치권에서 "당신의 생각도 옳다"라는 이해의 목소리가 나오길 바란다. 그래서 대선이 끝난 이후 광장의 시민들이 '내란 단죄'가 아닌 "함께 잘 살자"라는 희망의 언어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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