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내내 여러 형사재판을 받았지만, 11월 재선에 승리하면서 '사법 리스크'가 모두 해소됐다. '2020 대선 뒤집기', '기밀문서 유출 혐의' 등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을 수사·기소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 되자 모든 공소제기를 기각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해 미 워싱턴DC 연방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특검 기소를 피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1월, '허쉬 머니(Hush Money) 사건'으로 미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유죄 평결과 선고를 받으면서 결국 중범죄자 꼬리표를 달고 대통령에 취임했다. 법원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둔 현실을 고려해 어떤 처벌도 내리지 않는 '무조건 석방(unconditional discharge)'을 선고했다. 이른바 '트럼프 케이스(Trump Case)'는 가장 최근 다른 나라에서 있었던 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 리스크 해소 사례로, 우리 헌법 84조 논쟁과 맞물려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1월 1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 공식 사진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2714cb5c2f097c.jpg)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84조의 해석은 우리 헌법재판소에서도 판단한 바 있다. 직무집행 관련성의 시간적 범위와 관련해서다.
헌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대통령 재직 전 위법행위가 대통령 재직 중 형사소추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 판단했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 측근의 권력형 부정부패 의혹이 문제 됐다.
헌재는 2004헌나1 결정문에서 "대통령직인수에관한법률에 따라 법적 신분이 '대통령당선자'로 인정되어 대통령직의 인수에 필요한 준비작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나, 대통령 당선자의 지위와 권한은 대통령의 직무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고, 이 시기 동안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의 위법행위는 형사소추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
'불소추 특권'이라는 명시적 언급은 없었지만 형사소추의 대상이 된다는 이 결정의 해석상 헌법이 정한 대통령 재직 중의 위법행위가 아닌 이상 불소추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는 해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1월 1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 공식 사진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1d48d8667341c0.jpg)
이재명 "대통령 되면 ‘재판 정지’가 다수설"
어찌 됐든, 그동안 대통령의 헌법상 불소추 특권에 대한 헌재의 해석에서도 '재판받던 피고인이 대통령으로 당선 될 경우'를 정면으로 판단한 예가 없다. 결국 이 문제는 헌법학계와 법조계의 해석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2025년 조기대선에서 우리 헌법 84조의 '형사상의 소추' 개념이 검사가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는 새로운 '기소'뿐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핵심 쟁점인 이유다. 당사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는 "재판도 정지된다는 것이 다수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가 다수설이라고 주장하는 헌법학계와 법조계 견해는 대체로 헌법 제84조 상의 '소추되지 아니한다'의 의미를 넓게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논리로 접근한다.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10일 <아이뉴스24> 통화에서 "대통령이 가지는 불소추 특권의 취지를 살려 소추의 개념을 '확대 해석'해 진행 중인 재판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한다"고 말했다.
재판을 정지해야 한다는 결론은 같지만 논거가 다른 해석도 있다.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소가 언제 제기됐는가' 하는 것은 '우연적 요소'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미 소가 제기된 형사재판도 당연히 정지돼야 한다"고 해석하면서 "우연적 요소에 의해 소추 특권의 범위를 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전례가 없다 보니 무리한 해석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또 다른 로펌 대표도 "법원에서도 내란죄 행위가 아니라면 재판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다만 "별도로 법원이 대응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민주주의-법치 충돌하면 민주주의 우선"
대통령의 취임 전 재판이 정지된다는 입장에서는 이번 논쟁을 국민의 선택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민주주의' 요소와 과거 행위에 대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법치주의'가 충돌하는 경우로 보고, 민주주의적 정당성을 우선한다는 주장도 피력한다.
이헌환 교수는 "본래 상호보완적인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요소가 이처럼 충돌할 경우, 대통령의 지위(민주주의)를 우선 인정하고 재판(법치주의)은 정지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라며 "그리고 난 뒤 대통령 임기 종료 뒤 재판을 계속하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사례와 비교해서도 "미국은 아예 대통령의 '면책' 개념을 적용해 '무조건적 석방'을 처리했다"며 "우리나라가 대통령 임기 동안에 재판을 정지한다면 향후 법치주의 취지에 맞게 법을 집행할 가능성을 놓아둔다는 점에서 미국보다 규범적 기대는 더 낫다고 할 수 있다"이라고 했다.
앞의 부장판사 출신 로펌 대표 역시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필요시) 다시 수사해 소추할 수 있으니 재판도 재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1월 1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 공식 사진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d721a46069e597.jpg)
재판 당연히 받아야 - "특권 악용 우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신우철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해 8월 발표한 논문 '법 제84조의 비교헌법사적 해석 : '재직 중'과 '형사상의 소추'의 의미를 중심으로'에서 헌법이 정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비교한 뒤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불소추 특권)도 '재직 중의 직무상 행위'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축소 해석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대법원은 2007년 "면책특권의 목적 및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발언내용 자체에 의하더라도 직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등까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신 교수는 "현직 대통령에 대해 권력분립원칙을 이유로 형사기소의 가능성을 부정한 미국 법무부의 유권해석이 있지만 연방대법원까지 이를 정면 부정한 적은 없다"면서 "(우리) 제헌과정의 어떤 회의의 논의에서나 어떤 초안의 조문에서도 그 '재직 중'이라는 문언이 취임 전 행위든 직무와 무관한 행위든 일체 형사상 소추를 면제한다는 의미로 사용됐다는 근거는 눈에 띄지 않는다"고 했다.
고위 검찰 출신의 한 로펌 대표 역시 "다수설이 아니라, 과잉 해석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헌법 84조는 국가원수가 행정부 수반인 만큼 내란·외환죄가 아닌 걸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통치권에 상처가 난다는 점에서 그것을 방지하고자 한 것"이라며 "이미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기소가 됐는데 그 재판까지 멈춰야 한다는 해석은 '과잉 해석'이다. 기소된 사건은 당연히 재판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트럼프 케이스(Trump Case)' 역시 현재의 우리나라 대선판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고 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에 대한 명령으로 공소제기를 없던 것으로 만들었지 '내 재임 중에는 재판할 수 없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법제처장을 지낸 박찬주 변호사는 보다 구체적 사정을 들어 대통령 임기 중에도 재판은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처장은 2022년 2월 발표한 논문 '공론화된 대통령후보에 관한 범죄혐의와 불소추 특권에 기인하는 대통령 취임 후의 지위'에서 "문리해석에 따라 대통령 불소추 특권으로 정지되는 재판에 판결의 확정으로 대통령의 지위가 상실될 것이 거의 확실한 상태의 최종심 판결만이 남아 있는 사건까지 포함한다면, 이 특권은 그 자체로 '악용'될 위험성이 아주 크다"고 지적했다. 또 "후보자의 입장에서 볼 때 사건의 사실 부합성이 클수록 처벌을 피하기 위해 부정·불법선거의 동인으로 작용할 가능성 또한 아주 크다"고 우려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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