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미국 텍사스 동부법원에 중국의 BOE와 BOE 계열사 7곳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법원에 BOE가 자사의 지식재산권(IP)을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보고, 영업이익 손실과 BOE의 부당이익에 대한 보상 및 두 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구제책으로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고인 삼성디스플레이 측 입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BOE는 천문학적인 배상금은 물론 미국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에는 패널을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삼성의 이번 조치는 지난 2023년 국제무역위원회(ITC)에 BOE를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데 이어 같은 혐의로 민사소송을 추가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이같은 법적 조치에 대해 업계는 '공격형 방어'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업계에선 삼성디스플레이의 '특허 공격 경영'을 약 3년 전부터 철저히 준비한 결과로 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2년 초부터 OLED 시장 내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특허를 다각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1~2022년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모바일용 플렉서블 OLED 시장에서 사실상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때다. 애플의 아이폰용 OLED 패널은 물론 갤럭시S 시리즈까지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이 기간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과 계약한 물량만큼 패널을 구매하지 못할 경우 1조원에 가까운 배상금을 받기로 조건을 달 정도로 독점적 사업자 지위를 누렸지만 후발주자들을 견제할 특허 관련 투자를 크게 늘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이후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에 등록한 특허 수는 매년 2500건 이상이다.

회사의 중국 등록특허 수는 2022년 1만6300건에서 2023년 1만8900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만1300건으로 늘었다. 3년만에 30.6%나 늘어난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사외 우수특허를 매입하고 산학협동, 공동개발을 장려해 IP 대상 기술 범위를 확장하고 미래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특허권을 확보한 후에도 주기적으로 가치를 평가하고, 활용성이 높은 특허를 유지하기 위해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BOE의 추격을 특허로 방어하는 배경은 스마트폰 OLED 패널 시장 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세계 스마트폰용 패널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은 2022년 56.7%, 2023년 50.1%에 달했지만 지난해 41.3%로 급감했다.
BOE를 필두로 한 중국 패널사들이 스마트폰용 OLED 생산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의 성장세가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점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적극적으로 후발 주자들을 견제하는 이유로 꼽힌다.
옴디아에 따르면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은 2023년 14억4000만대에서 지난해 15억5000만대로 7.6%나 성장했다.
더욱이 스마트폰용 OLED 디스플레이의 경우, 2023년 6억1000만대에서 지난해 7억8000만대로 시장 규모가 27.8%나 커졌다.

전체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연말 기준 50.7%로, 성장 가능성과 여력 모두 크다는 평가다.
과거 한국 업체들의 액정표시장치(LCD) 특허 출원 수가 중국에 추월되고 약 7년이 지나자 시장점유율이 역전됐던 사례를 삼성디스플레이가 반복하지 않기 위해 미리 발벗고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2011년 LCD 특허 출원 수에서 한국을 앞질렀고, 약 7년 후인 2018년 LCD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업체 DSCC는 지난 2022년 "스마트폰용 OLED 패널에도 이 사례가 반복된다면, 2025년에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체 OLED 시장에서 중국이 47%까지 점유율을 늘리면서 한국(51%)과 1위를 다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연말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점유율이 많이 하락하긴 했지만, 상당 부분을 LG디스플레이가 가져가면서 한국 자체의 경쟁력이 상실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본다"며 "미중 기술경쟁 여파도 있겠지만 삼성이 일찌감치 대응에 나선 점도 주효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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