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서민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주춧돌 역할을 해온 전세 가 쪼그라들고 있다. 현금 자산이 턱없이 부족함에도 세입자에 받은 전세금으로 메꿔 집을 구매하는 일명 '갭투자'가 등장한 이후 전세 사기가 횡행하면서 월세를 선호하는 세입자가 늘어나면서다.
금융당국과 국토교통부에서도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해 전세 보증 비율을 축소하는 등 전세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전세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졌단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에 따르면, 2월 전체 전·월세 신규 거래 중 월세 비중은 57.5%에 달했다. 1월까지 확대하면 월세 거래 비중은 61.4%로 늘어난다.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율이 60%를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10명 중 6명이 전세 아닌 월세를 선택한 셈이다.
월세 선호도가 커지면서 시세도 오르고 있다. 부동산원의 부동산 통계 정보에 따르면 2월 기준 전국 월세 통합 가격지수는 103.10으로 전월 대비 0.08% 올랐다. 대규모 전세 사기가 본격화됐던 2023년 9월부터 17개월 오름세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전국의 세입자들이 월평균 내는 월세도 2월 기준 74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하면 2만원이 올랐다. 같은 기간 수도권의 평균 월세는 100만원으로 4만원이 올라갔다.
월세 선호도는 전세 사기 우려가 큰 아파트 이외 주택에서 크게 나타났다. 지난해 수도권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6.7%에 이르렀고, 비수도권에선 80%에 달했다.
전세 수요가 줄어든 데는 전세 사기와 맞물려 전세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있다. 오는 7월부터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SG서울보증의 전세 대출 보증 비율이 90%로 줄어든다. 수도권은 80%대까지 줄어든다.
보증 한도가 줄어들면 은행의 전세 대출 금리가 오르고 한도가 줄 수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보증 한도가 주는 만큼 은행 재원으로 대출금을 충당해야 하기에 금리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가 오르면 월평균 상환액이 늘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감소해 한도까지 축소된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전세 제도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이를 악용한 갭투자 등 투기적인 수요가 늘고 있어 제한이 필요하다는 국토교통부의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월세 선호현상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KB연구소가 지난 1월 부동산 전문가 138명, 공인중개사 517명, 자산관리전문가(PB) 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동산 전문가의 78%, 공인중개사의 56%는 월세 거래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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