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첫 공판에서 '12·3 불법 비상계엄'을 '평화적 대국민 메시지 개념'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병력 투입 등 상당 부분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구속기소)이 계엄지휘관들에게 적극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이동하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5. 4. 11.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b5a6ef952e896e.jpg)
윤 전 대통령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의 PPT자료를 직접 하나하나 짚어가며 반박했다. 먼저 2024년 3월 말에서 4월 초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사전 모임이 있었다는 검찰 주장을 문제 삼았다.
그는 "방첩사령부가 지난 문재인 정부시절 베테랑 수사관을 쫓아내고 전체 정보수사역량을 1/2로 감축시켰다"면서 "이날 모임은 방첩사 역량을 보강하는 데 국정원이 적극 지원하라고 지시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했다.
이어 "신원식 장관 후임으로 김용현 국방부장관을 임명하는 자체가 계엄의 준비 과정이라고 검찰은 설시하지만, 과거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 같이 국방부 장관이 안보실장으로 들어오는 그런 관행에 따라 인사했고, 집권 초기에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하려 했던 김용현 경호처장이 자연스럽게 장관직에 취임한 것"이라면서 "24년 봄부터 그림 쭉 그렸다는 것 자체가 좀 코미디 같은 이야기"라고 했다.
아울러 "12.3 비상계엄 조치에 대해서는 투입 병력이나 무장 병력 이러는데, 저는 군인들은 어디 가든지 총 들고 다니지만 실탄 지급 절대 하지 말고 실무장 아닌 상태로 투입하되 민간인과 충돌 피하라고 지시했으니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개념이지,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군정을 실시하고자 하는 계엄의 실시가 아니라는 것은 경과를 보면 너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의 결정적 계기를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장 탄핵소추안 발의라고 했다. 그는 "(작년) 11월 27일 또는 28일 경까지만 해도 비상조치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감사원장과 중앙지검장 등 검사들 탄핵 발의 움직임을 보고 이거 상당히 심각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특히 감사원장은 국무위원과 달리 헌법기관이고, 헌법재판소 바로 위에 감사원이 있다. 바로 위 헌법기관장인 감사원장을 재판소 법정에 세워서, 이건 도저히...갈 데까지 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비상계엄 하루 전날인 지난해 12월 2일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민주당 의원 170명을 대표해 발의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감사원장이 사드 배치와 관련한 군사기밀 유출 문제를 비롯해 야당에게 불리한 것들을 감사한다고 해서 국회 과반수를 가지고 탄핵한다고 하는 거는 정말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면서 "대통령이 가진 헌법상 비상조치, 계엄 선포를 통해서 주권자이자 헌법 지정 권력자인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이를 알리고 직접 나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조치를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이동하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5. 4. 11.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dc7cecee023b1.jpg)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 당사와 '여론조사 꽃' 사무실에 계엄군을 보낸 것은 김 전 장관이라고 이날 진술했다.
그는 "저는 처음에 (민주당 당사나 '여론조사 꽃'에 병력 투입을)지시한 바도 없다. 3일 밤에 나중에 여기도 출동한다는 이야기를 (김용현) 장관에게 듣고 즉각 중지하라고 했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곳에 대기하다가 퇴각했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사에 갈 거면 국힘 당사도 가야지. 당사에 왜 가느냐고 했다. 처음에도 지시한 바가 없고 즉시 중단 시켰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앙선관위 병력 투입 역시 김 전 장관이 적극적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른바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누가 어떤 작업을 해서 실행했는지를 수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보사가 들어간 것도 난 몰랐다"고 부인했다.
그는 "제가 선관위 시스템을 스크린하라고 해서 방첩사 사이버사령부 일부를 동원한 줄 알았다. 계엄을 해제하고 나서 신문에서 정보사가 동원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장관에게 물어보니 김 장관이 '정보사가 IT역량이 사이버사나 방첩사보다 뛰어나 투입했다'고 했다. 정보사가 투입된 것은 전혀 보고 못 받았다.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 예하 계엄군 지휘관들이 자신의 지시를 확대 해석해 실행한 면도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장관한테 제 생각을 다 말했지만 장관은 예하 부대나 사령관들에게 '이것은 대통령이 과거의 계엄과 달리, 국민에게 알리는 '메시지 계엄'이라는 말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렇지만 예하 사령관이나 밑의 부대장들은 이것이 자기들이 평소에 연습했던 그야말로 비상상황으로 군정 같은 것들이 실시될 상황이라고 봤기 때문에 조금 더, 저와 장관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넘어서서 비상 매뉴얼 가지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비선 세력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도 윤 전 대통령은 모른다고 했다. 그는 "노상원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김 장관이) 헌법재판소 법정에서 '군 생활할 대 가깝게 지냈고, 비리에 연루돼 옷을 벗었지만 재능이 아까운 사람이고 사관학교를 수석 졸업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가 인사 청문과정에서 도움을 받으려고 불렀고, 그 이후에도 만났다'고 답변하는 것을 보기는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엄이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지 군정을 실시하면서 나라를 뒤집는 유혈 쿠데타면 몰라도 대통령 결정도 없이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것은...모르겠다"고 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