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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동물실험 폐지 본격화⋯인공장기·AI '급부상'


FDA, 새 접근법 제도로 도입 예정⋯EU도 준비 중
대웅제약·JW중외 등 제약사 '오가노이드' 개발 착수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미국과 유럽이 동물실험 폐지에 나서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인공장기 오가노이드와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이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대웅제약과 JW중외제약 등이 변화에 발맞춰 대응에 나섰다. 다만 선진국들의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물실험과 관련된 이미지. 기사에서 언급되는 업체와는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동물실험과 관련된 이미지. 기사에서 언급되는 업체와는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최근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항체 의약품을 시작으로 신약 허가 요건에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접근법(New Approach Methodologies·NAM)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FDA가 언급한 NAM에는 인간 장기 유사체인 오가노이드(Organoid)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독성 예측이 가능한 모델 등이다.

FDA는 NAM을 신약 허가 신청 제도에 적용할 방침이다. 인간 대상 임상 데이터가 이미 확보된 약물은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생략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조정한다. 기업이 허가 신청 시 NAM 데이터를 포함하면 간소화된 심사 혜택도 부여한다. 세부 지침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내년부터 NAM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마틴 마카리 FDA 국장은 "오가노이드와 AI 기술은 기존의 동물실험보다 예측력과 안전성이 높다"며 "신약 개발에 있어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환자의 약가 부담도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이어 유럽도 동물실험 폐지를 준비 중이다. 유럽연합(EU)는 빠르면 올해 2분기 내 동물실험 폐지 로드맵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실험 없이도 신약 허가 신청이 가능할 수 있게 법적 근거도 마련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실험의 윤리적 문제는 동물보호 운동가들로부터 꾸준히 지적돼왔다. 동물실험 폐지는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신약은 동물실험 단계를 거쳐야만 임상시험에 진입할 수 있다. 신약 개발 특성상 약물의 예측 가능성과 안전성 확보가 가장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인공장기 오가노이드는 다양한 줄기세포가 자가 재생과 조직화를 거쳐 형성된 3차원 세포 집합체를 의미한다. 환자 조직에서 유래한 만큼 인체의 생리 활성 기능을 유사하게 재현할 수 있어, 의약품 개발 실험에서 동물보다 높은 정확도를 기대할 수 있다. 2010년대 초반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이 기술은 글로벌 생명공학 저널 '더 사이언티스트(The Scientist)'가 선정한 가장 진보된 과학적 성과로 꼽히기도 했다.

오가노이드는 높은 기술 장벽 탓에 아직 완전한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의약품 개발과 재생의료 분야에서 차세대 혁신 기술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리적 측면에서 동물실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심각해진 실험용 동물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는 2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내년에는 약 6조2000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물실험과 관련된 이미지. 기사에서 언급되는 업체와는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인공장기 오가노이드와 관련된 이미지. 기사에서 언급되는 업체와는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반면 우리나라 실험동물 사용은 증가세를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생산·수입된 실험동물은 총 545만3769마리로, 2019년 대비 25.6%(111만2378마리) 증가했다. 2020년 이후 매년 500만마리 이상이 생산·수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의약품 등'에 사용된 동물이 1229만4366마리(84.1%)로 가장 많았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움직임에 따라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오가노이드 기술 분야에서는 대웅제약과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AI 기술 분야에서는 JW중외제약과 등이 주목받고 있다.

대웅제약은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재생 의료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도 소재부품기술개발 과제’에 선정돼 오가노이드 기반 재생 치료제의 대량 생산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심장, 간, 신장 등 주요 장기의 기능 회복과 난치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재생 치료제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국내 오가노이드 기술의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대웅제약의 목표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장과 피부 등 인체 장기를 재현하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다. 주요 파이프라인 '아톰-씨'는 국내 최초로 환자 투여 승인을 받은 뒤 장염 환자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 하반기 치료 목적 사용 승인을 신청해 2027년 의료기관 처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회사는 현재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며, 코스닥 상장을 위한 수요 예측에 나섰다.

JW중외제약은 미국 기업 템퍼스AI와 함께 오가노이드를 실사용 데이터(RWD)에 결합한 항암 신약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회사는 템퍼스AI가 보유한 오가노이드 기술과 임상 기록,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해 자사의 후보물질을 평가하고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검증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동물실험 폐지 조치가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다. 미국 생물의학연구협회(NAPR)는 성명을 통해 "현재 생물의학 연구나 약물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모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며 "AI의 문제점 중 하나는 기존 데이터 활용에 크게 의존하는 것인데, 동물실험은 치료법이 인간 환자에게 적용되기 전에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는 데 여전히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이 언급한 동물실험 대체 접근법은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만큼 동물실험을 한 번에 배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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