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기자수첩] 롯데마트의 '묻어가는' 전략


기자수첩
기자수첩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 오픈과 관련해 언론 문의가 많아 '그로서리 본업 경쟁력', '치열한 유통 강동대전' 테마로 참고하실만한 내용 송부드립니다."

서울 강동구에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이 문을 연 지난 17일 오전 10시께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발신은 롯데마트.

내용을 살펴보니 지난 2023년 12월 그랑그로서리로 재단장한 롯데마트 은평점과 올해 1월 천호역 인근에 오픈한 롯데마트 천호점의 특장점이 나열돼 있었다.

그런데 10분여 뒤 다시 메일이 도착했다. "본문 내용 일부 수정해 송부드립니다. 혼선을 일으킨 점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두 메일을 비교해 본 결과 다른 점은 첫 번째 메일에 있던 "천호점이 위치한 강동구는 현재 대형마트가 3곳이나 영업 중이며, 4월 17일 오픈한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까지 합치면 총 4곳의 대형마트가 유통 경쟁을 펼치게 됐다"라는 문장이 빠졌다는 부분이었다.

롯데마트 측은 이에 대해 "강동구에 대형마트가 5곳인데 4곳으로 표기됐다. 이를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숫자 오기가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부분에 대한 설명을 메일에 함께 담았으면 될테지만 어떤 이유로 어느 부분이 수정됐는지는 찾을 수 없었다.

다시 첫 메일을 살펴보며 롯데마트가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을 오픈한 날 이런 기획 자료를 왜 배포했을까 추측해봤다. 롯데마트는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 오픈과 관련해 언론 문의가 많아 '그로서리 본업 경쟁력', '치열한 유통 강동대전' 테마로 참고하실만한 내용 송부드립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얼마나 많은 언론 매체로부터 문의를 받았길래 2000자에 육박하는 자료를 만들었나. 롯데마트는 약 10곳 정도의 언론 매체에서 자료 요청을 해서 16일부터 작성에 돌입했고, 17일 배포했다고 전했다.

백화점, 할인점, 이커머스 사업부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롯데쇼핑으로부터 보도자료를 제공받는 언론사만 약 500곳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 중 2%에 불과한 10곳 정도의 문의를 과연 많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본문이 수정됐다는 메일에서도 단순 숫자만을 바로잡는 것이 아닌 문단 전체를 삭제하고, 이같은 내용도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두 메일을 보면서 든 생각은 오히려 단순했다. 롯데마트가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 오픈에 맞춰 자신들의 매장도 함께 홍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읽혔다. 내용이 수정된 두 번째 메일에서도 수치 변경보다는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이라는 문장을 빼는 것이 더욱 중요한 목표였다는 것으로도 보였다.

즉, 이마트 때문에 자료를 만들었지만 내용에는 이마트를 언급하고 싶지 않았던 롯데마트다.

10분 새 배포된 두 번의 메일. 롯데마트의 의도는 분명해 보였다.

"남의 잔치에 묻어가겠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기자수첩] 롯데마트의 '묻어가는' 전략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