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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로 최대 7.3㎏ 감량"⋯비만약 시장 판도 바뀐다


美 일라이릴리 경구용 비만신약 후보물질 임상 3상 완료
화이자·암젠은 '중도포기'⋯'위고비' 입지 축소될지 주목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구용 비만약 개발을 포기한 상황에서, 미국 일라이릴리가 개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시장의 판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위고비로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킨 노보노디스크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후발주자인 국내 제약사들은 이들에 비해 개발이 더디지만,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26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최근 경구용 비만·당뇨 치료제 후보물질 '오포글리프론'의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오포글리프론은 식사나 물 섭취 제한 없이 복용 가능한 최초의 경구용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이다.

일라이릴리는 40주 동안 제2형 성인 당뇨병을 앓고 있는 비만 환자 559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36㎎ 용량을 하루에 한 번 복용한 환자들은 평균 7.3㎏의 체중을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미한 수준의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설사, 소화불량 등이 있었으나, 간 독성 징후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GLP-1은 식사 후 신체에서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을 조절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식욕을 억제한다. 위 배출을 늦추는 원리로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이번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부작용 문제로 경구용 GLP-1 비만 치료 후보물질 개발을 중단한 상황에서 발표됐기 때문이다. 화이자는 '다누글리프론'의 임상 2상에서 간 독성 부작용 사례가 발견돼 연구를 중단했다. 암젠도 후보물질 'AMG 513'이 FDA의 임상 보류 조치를 받으며 개발을 중단했다. 원인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비만약 시장은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터자파타이드)'가 양분하고 있다. 이들 약물은 모두 주사제이며, GLP-1 계열에 속한다. 노보노디스크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위고비 하나만으로 지난해 199억 크로네(약 2조72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GLP-1 계열 약물이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2에 달한다.

오포글리프론의 임상 3상 결과 발표 이후 일라이릴리의 주가는 상승했다. 이달 17일 기준 주가는 전날 대비 14.40% 올랐고, 같은 기간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7.78%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일라이릴리가 앞으로 비만·당뇨병 치료제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 것이다.

노보노디스크는 비만·당뇨 치료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우위를 점해왔다. 양사는 1920년대부터 당뇨 치료용 인슐린을 판매해왔지만, 이 분야에서의 전문성은 노보노디스크가 앞섰다. 노보노디스크는 1978년 세계 최초로 대장균을 활용한 인간 인슐린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으며, 1985년에는 펜 형태의 인슐린 주사제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면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4년에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삭센다'를 출시하며 비만 치료 분야 진출을 알렸고, 2021년에는 위고비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상황이 변했다. 노보노디스크는 12월 비만 신약 후보물질인 '카그리세마'의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지만, 체중 감소율이 16%에 그치면서 시장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개발 초기부터 최대 25% 체중 감소를 목표로 연구됐던 만큼, 이 같은 결과로 인해 회사의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해 12월 20일 기준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전날 대비 17.83% 떨어졌다. 여기에 위고비의 공급 부족 문제까지 겹쳤고, 오포글리프론이 임상에서 앞서 나가자, 노보노디스크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오포글리프론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 일라이릴리는 경구용 비만약을 보유한 최초의 제약사가 된다. 일라이릴리는 올해 말까지 체중 관리 목적으로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며, 당뇨병 치료 목적으로도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노보노디스크는 경구용 GLP-1 계열 치료제 '리벨서스'를 FDA로부터 승인 받았지만, 당뇨병 치료제로만 허가된 상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이러한 상황에서 동아에스티의 미국 자회사 메타비아가 최근 GLP-1 계열 후보물질 'DA-1726' 임상 1상 파트2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DA-1726은 GLP-1과 GCGR(글루카곤 수용체) 이중작용으로 개발된 약물이다. 포만감과 함께 갈색 지방 활성화를 통한 체중 감량까지 효과를 볼 수 있는 구조다.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으며, 메타비아는 향후 세마클루타이드 중도포기 환자를 대상으로 추가 임상을 계획 중이다.

경구용 개발도 활발하다. 한미약품은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통해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GLP-1와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분비 폴리펩타이드)를 활용한 이중작용제 후보물질을 발굴했고, 국내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종근당은 해외 파트너와 함께 GLP-1 유사체 구조 개량과 흡수율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경구용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구용은 주사제와 달리 체내 흡수율 낮고 효과도 낮을 가능성이 높다"며 "안전하고 높은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약물 전달 체계 구축이 중요한데, 개발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출시된 비만약은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지만 근손실과 기초대사량 저하, 요요현상 등 부작용 따르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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