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신약 파이프라인의 임상 3상 승인 사례가 증가하며 신약 탄생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개발 중단 사례도 잇따르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신약 개발 과정이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개발(R&D)와 관련된 이미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2f003b82855cdb.jpg)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까지 승인이 완료된 임상 3상은 총 3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건에 그친 것에 비해 무려 12배나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국외 개발이 28건, 국내 개발이 8건이었다.
신약 하나가 시장에 출시되기까지는 평균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며, 막대한 개발 비용이 투입된다. 특히 임상 3상은 1상, 2상보다 더 많은 환자 참여가 필요하고, 전체 개발 단계 중 가장 높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 3상은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최종 검증하는 단계로, 시판 이후 진행되는 임상 4상을 제외하면 사실상 신약 상용화를 앞둔 마지막 관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Grandview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기준으로 한 임상 3상 평균 비용은 2억5500만 달러(약 3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분기에는 국내 개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국내 개발 8건은 유의미한 성과다. 임상 3상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며 임상 3상의 장벽을 실감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화학은 최근 통풍 치료제 후보물질 ''티굴릭소스타트(개발명 LC350189)' 개발을 중단했다. 이 약물은 LG생명과학 시절부터 개발돼 온 것으로, 1일 1회 복용하는 알약 형태다. 2022년에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등 21개국에서 임상 3상 승인을 받았고, 올해 안으로 임상을 마칠 계획이었다. 국산 39호 신약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만큼, 이 같은 중단 결정은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글로벌 제약사로는 얀센과 베링거인겔하임이 실험을 중단했다. 얀센은 사노피와 함께 공동 개발하던 장외 병원성 대장균(ExPEC) 9가 백신 후보물질의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 백신 접종군과 위약군을 비교한 결과, 침습성 감염 예방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고위험군 환자에서도 기대했던 수준의 면역 반응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백신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베링거인겔하임의 경우, 올해 1월 조현병 신약 후보물질 연구를 중단했다. 임상 3상 결과, 후보물질이 설정된 1·2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6개월간 투여한 환자군과 위약군 간 인지 기능, 일상생활 기능 개선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해당 후보물질은 경구용 글라이신 수송체 1(GlyT1) 억제제로, 조현병 환자의 인지 기능 장애 치료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었다.
이들 기업이 신약 개발을 중단한 배경에는 경제성 측면에서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 불안정 현상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불확실하거나 개발 리스크가 큰 파이프라인을 우선 정리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520억원을 기록하며 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올해부터 모든 투자 요소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재무 건전성을 재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같은 대기업의 임상 자진 중단 결정은 과학적 실패라기보다, 제한된 자금과 자원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한다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실패나 철회가 아니기 때문에 실적을 개선한 뒤 재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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