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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팔 대신 경량 조끼"⋯오락가락 날씨에 바뀐 패션


기후 변화에 '시즌리스' 수요 늘어나⋯"봄 신상 무색"
업계도 기존 계절 공식 벗어나 유연한 대응책 마련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이달 옷을 몇 번이나 다시 정리했다. 매년 이맘때처럼 옷장을 꾸몄는데, 생각했던 봄 날씨와 달리 들쑥날쑥한 기온변화에 반팔부터 경량 패딩까지 계속 옷차림이 바뀌면서다. 그는 "올여름은 예년보다 일찍 시작할 것이라는 뉴스를 봤는데, 4월 중순에 우박이 내리지 않았냐"며 "철없는 날씨에 사계절 입을 수 있는 옷들은 항상 옷장에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의류매장 쇼윈도에 반소매 옷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의 한 의류매장 쇼윈도에 반소매 옷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날씨와 매출이 직결되는 패션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봄에도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이어지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가 녹록지 않아서다. 이런 가운데 기후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며 포트폴리오를 수정한 기업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봄 패션기업들의 신상품 판매는 전반적으로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 4월에 눈이 내리는 등 변덕스러운 날씨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봄을 맞아 외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주말에는 기온이 낮아지고, 비가 내리는 경우도 잦았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매출만 보면 지난해 동기 대비 소폭 늘었지만, 평균적으로 5~10% 성장세를 기록하는 예년과 비교하면 사실상 역성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서울 중구의 한 의류매장 쇼윈도에 반소매 옷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랜드월드 스파오는 시즌리스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스파오 타임스퀘어점 매장 전경. [사진=이랜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날씨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시즌리스'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SPA 브랜드 스파오는 지난 3월 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 기존 SS(봄·여름), FW(가을·겨울) 시즌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상품 출시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스파오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뒤 계절 상품을 기획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그때그때 상품을 출시한다. 국내에서 소량 판매 수요를 확인하고, 해외 생산기지에 대량 생산하는 방식이다. 빅데이터 조직과 협업한 실시간 데이터로 빠르면 이틀 만에 상품을 뽑아낸다.

이달 세부적인 매출 현황을 보면 일교차가 15도 이상 벌어졌던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경량 패딩과 경량 조끼 매출은 각각 411%, 27% 증가했다. 통상적으로 4월이면 반팔 등 여름옷을 팔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부순 것이다.

서울의 SPA 브랜드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의류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고, 공급망을 조정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LF의 헤지스는 고온다습해지는 국내 기후와 길어진 여름철에 맞춘 '건지 컬렉션'을 선보였다. 기존 피케 티셔츠 중심에서 벗어나 리넨 셋업, 여름 스웨터 등 다양한 소재로 상품군을 늘린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고객 반응에 따라 소량 재발주를 활용하고, 온라인 전용 기획상품 비중을 늘려 제품을 탄력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올해는 이상 고온 현상을 대비해 SS 시즌제품을 전년 대비 4주 정도 앞당겨 출시했다.

패션 매출이 실적 중심축인 백화점도 날씨 대응에 분주하다. 현대백화점은 주요 패션 협력사 15곳, 한국패션산업협회와 함께 '기후변화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4계절로 구분된 상품 전략을 수정하고, 긴밀하게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처럼 시즌 상품을 나누는 게 무의미해졌다고 생각한다"며 "소비자들이 그때그때 찾는 상품을 빠르게 내놓을 수 있는 데이터와 공급망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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