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최란 기자] 약 8조원이 걸린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방식 결정이 또 파행을 빚은 가운데, 정치권에서 이 사업에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추후 법적 공방과 감사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가닥이 잡혔던 배경에 대해 논란이 집중될 전망이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은 지난 24일 사업분과위원회(분과위)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 예정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도 KDDX 안건은 상정되지 않을 예정이다. 분과위에서 안건이 의결돼야 방추위에 안건을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이전까지 방사청과 업계에서는 기본설계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에게 유리한 수의계약으로 사업방식이 결정될 게 유력하다고 봤다. 해군의 함정 사업은 통상 수의계약으로 진행해 왔던 데다 방사청 내부에서도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이 이번 사업을 가져가는 게 맞다는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분과위 의결정족수는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 운영규정 제9조에 따라 재적 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만장일치가 아니어도 의결은 가능하기 때문에 이날 분과위에서 윤곽이 가려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외부 민간위원 5명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번 보류 배경에는 정치권의 의혹 제기가 강하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오전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방부가 7조 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을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통해 추진하려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방산 비리, 방산 게이트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부 의원은 특히 "국방부가 합리적 근거 없이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추진한다는 것은 방산 비리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 의원은 김성한 전 안보실장과 HD현대중공업의 커넥션 의혹을 이유로 들어 방산 비리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HD한국조선해양은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등 윤석열 정부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바 있다. 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해, KDDX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특정 업체만 방문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부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김성한 전 안보실장과 HD현대중공업의 커넥션이 보인다는 제보도 받았다"며 "로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방사청이나 국방부 태도가 경쟁입찰로 하자는 거였는데 갑자기 변했다"며 "그 시점이 윤 전 대통령과 HD현대중공업이 페루를 다녀온 이후"라고 주장했다.
부 의원은 또 "지난 23일 김선호 국방부 차관을 만났는데, 갑자기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면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한 것)도 없고, '기존 관행 때문'이라거나 '전력화 지연 우려' 정도의 설명만 내놓았다"고 부연했다.
정치권의 의혹 제기에 따라 KDDX 사업방식 결정은 법적 공방, 감사원 감사 등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사청과 국방부에 형성됐던 수의계약 기류가 특정 업체를 밀어주려 했다는 의혹으로 번지면서 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두고 논란이 불가피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 의원은 "(의혹에 대해) 아직 사실 확인이 된 상황은 아니다"면서 "관련 자료 요구 및 면밀한 검토 후 추가 조치를 할 예정이고, 감사원이나 수사기관에 사안을 이관할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사업방식조차 확정하지 못 하고 표류하고 있는 탓에 KDDX 사업자 선정 역시 사실상 차기 정부로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기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의혹 제기와 함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사실상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약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2023년 12월 기본 설계 완료 후 작년 상세 설계와 선도함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경쟁 구도와 사업 방식 결정권이 있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의견이 엇갈리며 1년 넘게 사업 방식을 확정하지 못 하고 있다.
당초 2030년 전력화 예정이었던 KDDX는 올 상반기까지 사업체 선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2032년에나 전력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최란 기자(ra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