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치료, 새로운 실마리 찾았다 [지금은 과학]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퇴행성 신경질환 ‘파킨슨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전략의 실마리가 나왔다. 파킨슨병 원인 중 하나인 신경염증 조절에 ‘RNA 편집 효소’가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을 국제 연구팀이 알아냈다. ‘RNA 편집 효소’를 새로운 치료 타깃 유전자로 제시했다.

파킨슨병(PD)은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 단백질이 뇌세포 내에서 비정상적으로 응집돼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은 파킨슨병의 핵심 병리 중 하나인 신경염증 조절에 있어 RNA 편집(RNA editing)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KAIST(총장 이광형)는 뇌인지과학과 최민이 교수 연구팀이 영국 UCL 국립신경전문병원 연구소,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통해 뇌를 보호하고자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교세포(astrocyte)에 대해 RNA 편집 효소인 에이다원(ADAR1)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파킨슨병의 병리 진행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최민이 교수 연구팀은 뇌 면역세포의 염증반응을 알아보고자 파킨슨 환자에게서 유래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의 신경세포를 돕는 교세포와 신경세포로 구성된 세포 모델을 만들었다.

파킨슨병의 원인이 된다고 알려진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를 처리한 뒤 뇌 면역세포의 염증 반응이 어떻게 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 초기 병리형태인 알파-시누클레인 단량체(oligomer)가 교세포 내 세포가 위험을 감지하는 센서처럼 작동하는 통로(Toll-like receptor), 바이러스나 병원균과 싸우는 면역 신호 네트워크인 인터페론 반응 경로를 활성화했다.

이 과정에서 RNA 편집 효소인 에이다원이 발현하면서 기능과 구조 등 단백질 성질이 바뀌는 아이소폼으로 변형되는 것을 확인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면역 반응을 조절하기 위해 기능을 발휘하던 에이다원이 수행하는 RNA의 편집 활동이 ‘A(아데노신)’를 ‘I(이노신)’으로 바꾸는 일종의 유전자 명령 수정 작업인 ‘A-to-I RNA 편집’이 일어난다.

RNA 편집 활동이 정상 상황이 아니라 염증을 일으키는 유전자들에 비정상적으로 집중돼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 현상은 환자 유래 줄기세포 분화 신경세포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파킨슨병 환자 뇌의 부검 조직에서도 같이 관찰됐다.

이는 RNA 편집의 이상 조절이 교세포의 만성 염증 반응을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신경세포 독성과 병리 진행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직접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신경 면역세포인 교세포 내 RNA 편집 조절이 신경염증 반응의 핵심 작동원리라는 사실을 새롭게 밝혔다는 데 의의가 크다. 에이다원이 파킨슨병 치료의 새로운 타깃 유전자로 작용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민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백질 응집으로 인한 염증 반응의 조절자가 RNA 편집이라는 새로운 층위에서 작동함을 입증한 것으로 기존의 파킨슨병 치료 접근과 전혀 다른 치료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며 “RNA 편집 기술은 신경염증 치료제 개발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논문명: Astrocytic RNA editing regulates the host immune response to alpha-synuclein)에는 최민이 교수가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4월 11일 자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