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층간소음 살인사건 곳곳서 터져 나오는데…대책 없는 정부


코로나19 시작된 지난해 층간소음 민원 '급증'…중재기관은 '유명무실'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층간소음 갈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웃간 분쟁이 살인사건 등 중대형 범죄로까지 이어지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5일 오후 4시 50분께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에서 50대 B씨 부부와 20대 딸 등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A씨는 2∼3개월 전 이 빌라 4층으로 이사 오고 최근까지 아래층인 3층에 사는 B씨 가족과 층간 소음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한 입주민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층간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부동산 커뮤니티 캡쳐]
한 입주민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층간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부동산 커뮤니티 캡쳐]

사고 당일 낮 B씨 가족의 집에 찾아가 소란을 피우다가 경찰에 붙잡혀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혐의로 출석 통보를 받고도 재차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당시 자택이 있는 4층으로 분리 조치됐지만,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의 조치 미흡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뻔 했다. 지난 23일 오후 10시14분께 경남 양산시내 한 빌라에서 아래층에 거주하던 30대 남성 C씨가 112에 전화를 걸어 "층간소음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고 예고했다. 경찰은 즉각 출동했다. C씨는 횡설수설하다가 집에 있던 드라이버를 들고 위층으로 뛰어 올라가려고 했다.

경찰은 C씨를 제압하고 C씨가 보유하던 드라이버, 커터 칼날 등을 압수했다. 그리고 경찰은 C씨가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해를 가할 수 있다고 판단, 응급입원시켰다. 응급입원은 의사와 경찰의 동의를 받아 입원시키는 것이다. C씨는 실제 타인에 대해 해를 가한 것이 아니어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지난 9월27일 새벽0시30분께 전남 여수시 덕충동 한 아파트에서 아래층에 살던 D씨가 층간소음 문제로 위층 주민과 말다툼을 하던 중 자신이 소지하던 등산용 칼을 휘둘렀다. 이로 인해 40대 부부 2명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동거하던 60대 부부는 중상을 입었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9년 동안 전국에서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 건수는 총 20만6천여건에 달한다. 이 중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해에만 4만2천250건이 접수됐다. 전년(2만6천257건)과 비교해서는 61%나 증가했다.

정부는 층간소음 갈등 중재기관을 설치해 대응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전문기관인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민원을 제기, 방문상담 및 실제 소음측정 등을 받을 수 있다. 소음측정 결과 기준치를 초과하면 이를 근거로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요청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중재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라는 점이다. 더욱이 결론에 이르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린다. 과거 통영 흉기 난동 사건의 경우에도 이미 주민들은 이웃사이센터에 중재상담을 요청했지만, 갈등은 계속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정부는 슬래브 두께(210mm) 의무화, 바닥구조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평가하는 사전인정 제도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감사원의 2019년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보고에 따르면 무려 88%가 신고 때와 다르게 바닥구조가 시공되면서 이 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이에 정부는 내년 7월부터 바닥충격음 사후확인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경량 및 중량 충격음이 일정 수준 이하가 되도록 권고하고 기준 미달시 사용검사권자가 저감재 추가설치 등 보완조치를 지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이며 아파트는 사후 치유 가능성이 크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정치권은 대책마련에 나섰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층간소음 부실시공 업체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양 의원은 "아파트 191세대의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114세대가 최소성능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성능평가 기준에 미달한 제품을 사용한 사업주체에게 영업정지 또는 사업등록 말소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hero@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층간소음 살인사건 곳곳서 터져 나오는데…대책 없는 정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