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박홍배, 김문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조기파면 등을 촉구하며 삭발하자 박찬대 원내대표가 전진숙 의원을 격려하고 있다. 2025.3.11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59155fad9ffbe5.jpg)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를 숙고 중인 헌법재판소를 향한 최후의 압박에 나섰다. 예상보다 선고 기일이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여당의 '탄핵 기각' 목소리가 커지자, 모든 공세 수단을 꺼내 맞불 여론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날 헌재를 향해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끌어 올렸다. 압박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이번 압박이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지만, 당내에선 "뭐든지 해서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기조에 따라 단식 투쟁부터 삭발 시위, 도로 행진 등 공세 수단이 총동원되는 분위기다.
당은 이날부터 분산된 투쟁 장소를 광화문으로 옮겨 총력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국회보단 광장에서 국민과 함께 규탄하는 것이 여론전 확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과 함께 헌재가 탄핵을 조속하게 인용을 할 수 있도록 여론전을 확산하는 것에 당이 총력을 기울이자는 기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 소속 의원 전원은 오는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광화문까지 행진하며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할 방침이다. 윤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의원 전원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행동을 하자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소속 의원 전원의 의지 표출이 '거리 행진'이라면, 개별 의원 차원에선 '삭발'을 통해 헌재를 압박했다. 이날 박홍배·김문수·전진숙 의원을 국회 본관 앞에서 '윤석열 조기 파면 촉구 삭발식'을 통해 헌재의 조속한 탄핵 심판을 촉구했다. 이들은 "부디 국민의 뜻을 거스른 권력을 심판해 달라"(박홍배), "대한민국이 혼란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도록 조속한 파면 선고를 해 달라"(김문수), "제 머리카락으로 짚신을 지어 재판관에게 보내겠다"(전진숙) 등 발언을 통해 헌재를 향해 신속한 선고를 호소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박홍배, 김문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조기파면 등을 촉구하며 삭발하자 박찬대 원내대표가 전진숙 의원을 격려하고 있다. 2025.3.11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a4f3422eefb0e8.jpg)
'단식 투쟁'도 확산되고 있다. 야당 인사 중에선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난 9일 첫 단식 농성에 나서자,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 소속 박수현·민형배·김준혁 민주당 의원과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동조해 이날부터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민 의원은 "이 전쟁에서 지면 '죽음의 시대'가 올 것이고, 한반도는 '석기 시대'로 되돌아갈 수 있는 만큼, 맞서고자 한다"고 했고, 윤 의원은 "다시 윤석열이 대통령직에 복귀하게 된다면 수십 년간 피 흘리며 쌓아온 민주주의가 파괴될 수 있는 만큼, 단식으로라도 국민의 절박함을 대신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민주당 소속 4선 의원 전원을 비롯해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들도 이날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를 향해 "전례 없는 국가적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헌재의 신속한 결정을 요청한다"고 압박했다.
사실상 헌재를 압박하기 위해 당력이 총동원되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선 야당의 공세를 두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중립인 헌재가 야당의 요구를 수렴할 가능성도 없을 뿐 아니라, 선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민주당 관계자는 "헌재가 선고를 늦출수록 국민 불안은 커지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 아닌가"라면서 "이런 여론전이 (헌재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무엇이든 해서 하나로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박홍배, 김문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조기파면 등을 촉구하며 삭발하자 박찬대 원내대표가 전진숙 의원을 격려하고 있다. 2025.3.11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3952362ed23a14.jpg)
윤 원내대변인도 '거리 정치'에 대한 우려에 대해 "내란이 지속되는 것보단 거리 정치가 훨씬 낫지 않겠나"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내란 수괴가 다시 돌아와 지금 탄핵 인용이 눈앞에 있는 만큼, 지금 상황의 엄중함을 역사적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며 "탄핵이 인용되지 않아서 내란 수괴가 돌아온다면, '제2의 계엄 선포'로 킬링필드와 같은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무분별한 숙청·살인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헌재 압박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국회의 역할인 민생·경제를 내팽개치고 정치 투쟁에만 몰두하지는 않겠다는 총의가 모였기 때문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국회의 본령인 민생과 경제를 내팽개치고 오로지 장외 정치 투쟁에 몰두하는 것에 대한 대응법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며 "지도부는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렸고, 소속 의원들도 양해해 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종 회의를 통해 우리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민주당처럼 장외 투쟁을 하거나 단식을 통해서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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