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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돋보기] '게임 시스템 조합'도 보호받는다…엔씨-웹젠 2심 판결문 살펴보니


게임업계 최대 169억 손해배상…법원, “유기적 시스템 조합은 보호 대상” 판단
저작권으론 막지 못했던 영역,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첫 구제 사례 나와
아인하사드 축복·사냥 루틴 등 게임 내 구조 설계가 쟁점으로 부각

[아이뉴스24 정진성 기자] 엔씨소프트와 웹젠의 항소심 판결에서 게임의 시스템 조합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각 장르 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능이더라도 창의적으로 설계된 게임 구조의 조합 방식 자체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이 저작권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 게임 시스템의 보호 가능성을 사실상 처음으로 인정한 판례다.

엔씨소프트와 웹젠의 항소심 판결에서 게임의 시스템 조합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사진=정소희 기자]
엔씨소프트와 웹젠의 항소심 판결에서 게임의 시스템 조합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사진=정소희 기자]

법원 “장기간 운영과 기획으로 형성된 시스템 조합은 보호 대상”

1일 아이뉴스24가 엔씨-웹젠 2심 판결문을 분석해본 결과 재판부는 “웹젠이 ‘리니지M’의 시스템과 콘텐츠 기획을 상당 부분 유사하게 도입해 실질적으로 경쟁상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아인하사드의 축복’, ‘자동 사냥과 보상 분배 구조’, ‘레벨 상승과 장비 강화 루틴’ 등은 업계에서 리니지M의 대표적인 시스템 설계로 꼽히며, 이번 판결에서 문제된 조합 방식의 사례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각 요소는 장르 내 흔히 볼 수 있는 기능이지만 엔씨소프트가 이를 장기간 운영 경험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독자적으로 구성해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성과물로 기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엔씨소프트가 장기간의 투자와 기획으로 형성한 시스템의 결합 형태는 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저작권법으로는 보호 대상이 아니었던 게임 내 기능 조합이나 시스템 설계 방식이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될 수 있음을 인정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법원은 웹젠에 ‘기획·개발·운영·배포·광고·번안 등’에 대한 일체 행위 금지 명령과 함께 총 169억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이는 게임업계 역대 최고 수준의 손해배상액이다.

이용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저작권으로 막을 수 없던 게임 시스템 영역에서 법적 보호 기준을 처음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한 실질적 권리 구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한 분쟁에서 기준이 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판결문에서는 내부 기획자 이력, 소비자 혼동 가능성, 게임 내 구성과 기능 유사성 등 다양한 정황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재판부는 “개별 시스템 요소 자체가 아닌, 그것들이 결합된 조합 방식의 독창성과 누적된 성과가 부정경쟁행위의 판단 근거가 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저작권 침해와 달리 상황적 요소와 창의적 기여도를 함께 고려하는 부정경쟁 판단의 특성을 보여준다.

후속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업계 '리스크 관리' 시동

이용민 변호사는 “이번처럼 고액 배상 판결이 이어진다면 유사 소송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며 “단순 모방도 실질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에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명확한 기준이 일률적으로 설정된 것은 아니지만, 시스템 설계와 유사성 판단에 있어 게임 기획·운영 과정의 독자성 여부가 핵심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게임 업계도 이번 판결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장르 특성으로 치부되던 구조 유사성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라며 “이제는 콘텐츠 기획 초기부터 법무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안 단계에서부터 시스템 독자성과 차별성을 구체화하지 않으면 향후 법적 분쟁에서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전담 인력 확보와 사전 리스크 검토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진행 중인 또 다른 부정경쟁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유사한 시스템 조합 구조를 문제 삼는 쟁점이 겹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게임 기획의 독자성과 성과물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이번 판결이 후속 분쟁에서 중요한 참고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판결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웹젠은 대법원 상고를 예고한 상태다. 업계는 향후 대법원 판단이 유지될 경우, 게임 시스템 보호 범위가 보다 구체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진성 기자(js421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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