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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방송기자', 6세 여아 납치 후 살해⋯결국 '사형' 집행 [그해의 날들]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1990년 6월 25일 정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유치원.

6살 곽재은 양이 집에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는 이상함을 느끼고 유치원을 직접 찾았다. 그곳에서 마주한 교사의 한마디는 믿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1990년 6월 25일 서울 한 아파트에서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챗GPT]
1990년 6월 25일 서울 한 아파트에서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챗GPT]

"30분 전에 재은이만 먼저 보내달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라는 말을 들은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아이는 이미 누군가의 전화 한 통에 유치원을 떠난 뒤였다.

전화를 건 이는 곽 양의 반과 이름을 정확히 말하며 어머니인 척했고, 교사는 별다른 의심 없이 아이를 하원시켰다. 이후 아이는 종적을 감췄다.

1990년 6월 25일 서울 한 아파트에서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챗GPT]
누군가의 전화로 인해 곽 양은 혼자 유치원을 나섰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SBS '꼬꼬무']

곽 양의 부모는 혹시 아이를 데려갔을지도 모를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리며 수소문했지만, 누구도 아이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결국 실종 5시간이 지난 오후 5시,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유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곽 양의 집 전화에 녹음 장치를 설치했다.

1990년 6월 25일 서울 한 아파트에서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챗GPT]
범인은 5000만원의 몸값을 요구했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SBS '꼬꼬무']

다음날인 6월 26일 오후 5시, 전화벨이 울렸다. 젊은 여성의 목소리는 "재은이를 데리고 있다"며 5000만원의 몸값을 요구했다.

이어 10분 뒤 다시 걸려 온 전화에서는 송금 계좌 정보가 전달됐다. 예금주 이름은 '이상민'.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이라 가명일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아이를 되찾기 위해 어머니는 결국 요구된 금액을 송금할 수밖에 없었다.

1990년 6월 25일 서울 한 아파트에서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챗GPT]
범인은 '이상민'이라는 가명을 사용해 입금을 요구했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SBS '꼬꼬무']

곽 양의 어머니는 27일 오전 500만원을 먼저 입금했고, 범인의 추가 요구에 따라 28일 오전에는 2500만원을 추가로 송금했다.

경찰은 계좌가 개설된 '조흥은행'에 협조를 요청하고, 서울 전역의 지점에 형사들을 분산 배치해 잠복했다.

6월 29일 오후 2시 40분, 명동의 국민은행 ATM에서 30만원이 인출됐고, 같은 날 오후 4시 13분에는 롯데백화점 내 조흥은행 ATM에서 260만원이 추가 인출됐다.

1990년 6월 25일 서울 한 아파트에서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챗GPT]
경찰에 의해 잡힌 범인은 23세 여성 '홍순영'이었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SBS '꼬꼬무']

현장에 출동한 형사들은 주변을 탐문하던 중, 젊은 여성 한 명을 수상히 여겨 뒤를 밟았다. 지하철에서 붙잡힌 이 여성은 23세 '홍순영'이었다.

조사 과정에서 홍순영은 "공범이 있다"고 주장했고, 경찰은 서울역에서 접선을 시도했으나 끝내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갑자기 선로로 뛰어들었으나, 기관사의 급정거로 큰 부상은 피했다.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홍순영은 처음에는 진술을 거부했지만, 곽 양 어머니 마음을 헤아려달라는 경찰의 호소에 드디어 입을 열게 됐다. 곽 양의 시신은 숙명여대 건물 옥상 물탱크 뒤에서 발견됐다.

1990년 6월 25일 서울 한 아파트에서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챗GPT]
홍순영은 대학도 직업도 모든 거짓 인생을 살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KBS '속보이는TV인사이드']

홍순영은 유복한 가정 출신으로, 대학 입시에 실패한 뒤 숙명여대에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해 왔다. 위조된 합격통지서와 고지서를 이용해 부모로부터 등록금과 용돈을 받아냈으며, 이후 지인의 학생증을 사용해 '가짜 숙대생' 행세를 이어갔다. 수업 청강은 물론, 학과 행사에도 참석했다.

졸업 시점이 되자 이번엔 'KBS 기자'라는 신분을 꾸며냈고, 생활비와 거짓 신분 유지가 어려워지자 유괴를 범행 수단으로 선택했다. 유괴는 처음이 아니었고, 첫 시도 실패 후 더 어린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삼았다.

1990년 6월 25일 서울 한 아파트에서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챗GPT]
홍순영은 유치원 앞 우산꽂이에 있는 아이 우산을 보고 아이 이름과 반 등을 알아냈다. [사진=SBS '꼬꼬무']

홍순영은 유괴가 발생한 1990년 6월 25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를 배회하던 중 유치원 앞 우산꽂이에 꽂힌 우산에서 아이의 이름을 발견했다. 이후 아이의 어머니인 척 유치원에 전화를 걸어 곽 양을 데려갔다.

이후 곽 양에게 물어 부모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집에 보내달라고 조르는 아이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걸었을 당시, 곽 양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1990년 6월 25일 서울 한 아파트에서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챗GPT]
결국 홍순영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사진=SBS '꼬꼬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홍순영은 눈물을 흘리며 "제발 사형시켜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사형을 선고받은 그는 1991년 12월 18일 오후 3시 35분, 홍순영은 원하던 대로 사형이 집행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1990년 6월 25일 서울 한 아파트에서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챗GPT]
홍순영은 형장이 이슬이 돼 사라졌다. 사진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챗GPT]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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