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우스갯소리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폭주'를 막을 수 있었던 사람이 딱 한 사람 있었다고 한다. 바로 김건희 여사다. 여사는 윤 전 대통령의 현직 시절에도 대통령실 내부와 기자들 사이에서 'V0'로 통했다. 대통령('V1') 보다 높다는 의미다.
두 사람은 2012년 3월 결혼했다. 윤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앙수사1과장으로 재직 하던 때다. 그 시절에도 김 여사에 대한 윤 전 대통령의 사랑은 참으로 끔찍했다. 자신이나 주위에 솔직하고 거침 없었던 띠동갑의 어린 아내를, 윤 전 대통령은 그렇게도 귀여워했다고 한다. 주위에서는 윤 전 대통령을 애처가라고 했다.
그 마음은 대통령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다. 단적인 예가 있다. 지난해 11월 7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의 일이다. '명태균 게이트'(공천개입)가 불거지면서 김 여사와 정치브로커의 관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쌓여왔던 도덕성과 비선 논란이, 이 사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은 이렇게 여사를 감쌌다.
"제가 하루 종일 사람을 만나고 여기저기 다니고 지쳐서 집에 와서 쓰러져 자다 아침에 일어나보면 5~6시인데 (아내가) 안 자고 엎드려서 제 휴대폰을 놓고 계속 답을 하고 있었다. 제가 '미쳤냐, 잠을 안 자고 뭐 하는 거냐' 그랬더니 (아내가) '이분들이 다 유권자인데, 이렇게 자발적으로 문자가 들어오는데 거기에 대해서 답을 하는 선거운동이 어디 있느냐' 그러면서 잠을 안 자고 완전히 낮밤이 바뀌어서 그렇게 했었다."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제 아내라고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 보면 (제 아내가) 좀 순진한 면도 있다"며 "(아내가) 조금이라도, 누구한테 도움을 받으면 인연을 못 끊고, 말 한마디라도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한다는 그런 걸 갖고 있다 보니 그런 문제가 생긴 거 같다. 무분별하게 언론에 이렇게까지, 이럴 거란 생각은 못 했던 것 같은데 이게 전부 제 책임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책임을 지는 대신 한 달 도 안 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입법 독재로 국가기능을 마비시켰고, 비상계엄은 이를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 눈에는 지금도 김 여사와 자신의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해 나라를 뒤집은 것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 설령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이 일부 사실이더라도 그렇다. 여북하면 외신에서도 비상계엄 선포의 주요 배경으로 '여사 논란'을 꼽았을까.
윤 전 대통령은 특검 가동 이후 대면 조사를 모두 거부했다. 독하기로는 전·현직 검사 중에서도 제일이라는 조은석 특별검사도 얼굴 한 번 못 보고 그를 기소했다. 김 여사를 직접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나서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아 대면조사를 시도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수의 탈의'를 불사하고 온몸으로 거부했다. 결국 민중기 특별검사도 대면 조사 없이 윤 전 대통령을 기소해야 할 판이다. 겉으로는 '신의 한 수'를 낸 셈이지만 국민은 속된 말로 지구촌 동네방네 '쪽'을 다 팔게 생겼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그렇다면 김 여사는 어떤가. 소환 통보를 받자마자 조사 일정에 조건을 달아 적극 응하겠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피력했다. 소환 당일 점심 식사도 집에서 싸 간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포토라인에서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한 말이 국민 심기를 건드렸으나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조사 잘 받고 나오겠다"는 말은 하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김 여사의 태도를 본 수사 전문가들은 '불구속 기소를 목표로 한 고도의 전략적 행위'라고 했다. 누군가는 구속은 피할 수 없을지언정 기소 뒤 양형에서라도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모두 아는 여러 고위 검찰 출신 법조인들은 여사를 두고 "역시 영리하다"고 했다. 'V0'라는 별칭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함께 움켜쥐었더라도 무너질 때는 따로 흩어지는 것이 권력의 생리다. 지금의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보면 과연 그렇다. 특검 수사에 대처하는 두 사람의 행로가 어떻게 귀결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권력을 함께 좇던 부부의 전략적 결별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윤 전 대통령의 민망한 '조사 전면 거부'는 그가 스스로를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유죄로 인정된다면 최소 무기징역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줌 안 되는 지지자들을 향한 결집의 메시지라는 정치적 해석도 있다. 그러나 어느 쪽도 전직 대통령이 보일 자세가 아니다. 모두 이미 막을 내린 권력 놀음에 스스로 갇힌 망상으로 보일 뿐이다. 30년 넘게 국가의 녹을 먹었다면 국가와 국민, 역사 앞에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보여야 한다. 자신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지우지 말고 특검 조사에 적극 응하라. 그것이 공직자로서 마지막 품격을 지키는 길이다.
![현직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사진=대통령실]](https://image.inews24.com/v1/d18b704164505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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